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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옥입니다] '새 봄'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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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그네를 타고 있다. 춘분 즈음엔 으레 花妬姸(화투연) 바람이 불어 그렇다지만 봄이 완연한 4월인데도 꽃샘바람이 심통을 부리는 바람에 기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저께 엄청난 黃沙(황사)가 사방 천지를 뒤덮었을 땐 말세가 이러려나 싶었다. 푸른 하늘, 맑은 공기를 공짜로 맘껏 누릴 수 있는 일상이란 기실 얼마나 큰 축복인가.

畵龍點睛(화룡점정: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시킴)이라지만 봄이라는 낱말 앞에 '새' 라는 접두어가 붙을 때 그 느낌은 한결 달라진다. 불쑥 코앞에 내밀어진 프리지어 꽃다발처럼 화사하고도 신선한 느낌이랄까.

4계절의 우리 말 이름은 하나같이 곱고 정감이 넘친다. 봄·여름·가을·겨울. 어쩌면 이토록 근사한 이름이 붙여졌을까. 春·夏·秋·冬(춘하추동)의 한자 이름에서는 느끼기 힘든, 질박한 멋이 배어난다.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造語(조어) 감각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계절 중에서 '새' 자와 잘 어우러지는 것은 오직 하나 '봄' 뿐인 듯하다. 새 여름, 새 가을, 새 겨울…. 어쩐지 몸에 안 맞는 옷을 입힌 것처럼 어색한데 유독 봄과는 잘 지어진 맞춤옷마냥 절묘한 어울림을 이루어낸다.

'새봄'이 우리 마음을 이리도 잡아끄는 건 혹독한 겨울이 지난 뒤 찾아오는 첫 계절, 고통과 시련을 딛고 다시 시작되는 계절이기 때문은 아닐까.

오는 8월 우리나라에 오는 랜스 암스트롱은 새봄 같은 사람이다. 세계 최고 사이클 선수로 생의 절정에 오른 그에게 찾아온 불행. 생존율 50% 미만의 암 선고를 받고 고환 일부와 뇌 수술까지 받은 뒤 매우 강도높은 투병과정을 거쳐야 했다. 전투 같은 항암치료 끝에 마침내 병을 극복했다. 기초훈련부터 다시 시작한 그는 1999년 투르 드 프랑스 정상에 오르는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고, 내리 7연승의 위업을 기록했다. 은퇴 후 암환자들을 위한 재단 설립 등 나눔에도 열심인 그는 자서전에서 "암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고백한다.

아무리 황사가 드세어도 봄꽃은 망울을 터뜨린다. 비록 그 속에 먼지가 가득 해도, 앙칼진 꽃샘추위가 몰아쳐도 봄바람은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지금 온 땅에 돋아나는 봄나물은 바로 苦盡甘來(고진감래)의 지혜를 깨우쳐 주는 대자연의 가르침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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