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강윤후 作 '진달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진달래

강윤후

진달래는 고혈압이다

굶주림에 눈멀어

우글우글 쏟아져나온 빨치산처럼

산기슭 여기저기서

정맥 터질 듯 총질하는 꽃

진달래 난장질에

온 산은 주리가 틀려

서둘러 푸르러지고

겨우내 식은 세상의 이마가

불쑥 뜨거워진다

도화선 같은 물줄기 따라

마구 터지는 폭약, 진달래

진달래가 다 지고 말면

風病든 봄은 비틀비틀

여름으로 가리라

비유의 축이 두 갈래로 흘러가고 있다. "고혈압"과 "빨치산"이 그것이다. 고혈압은 터질 듯한 "정맥"과 "風病(풍병)"으로 연결되고, 빨치산은 "총질"과 "도화선"과 "폭약"으로 이어진다. 이 두 축은 "식은 세상의 이마가/불쑥 뜨거워"지는 곳으로 모아진다. 빨치산을 계급혁명으로 연결하고 있는 셈. 김소월의 '진달래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그만큼 우리 시가 진화한 것일까. 기실 이른 봄에 피어나는 진달래는 "총질하"듯 툭툭 불거진다. 갈색 일변도의 숲에 묻어있는 핏방울. 옛사람들은 두견새의 피울음이 맺힌 것이라고 여겼다. 진달래는 무더기로 피는 꽃. 먼 산에 분홍 구름이 걸려 있다면 틀림없이 진달래꽃이다. 진달래는 습기를 좋아해서 물길을 따라 피어난다. 도화선 따라 터지는 폭약처럼 한꺼번에 폭발한다. 난장질하듯 온 산을 주리 틀던 진달래가 지고 나면 산은 서둘러 푸르러진다. 겨우내 잃었던 본색(本色)을 되찾는다. 연두, 초록의 천차와 만별로 제 본디 색깔을 되찾는다. 하지만 죽었던 꽃들 다시 살아나고 사라진 나뭇잎 다시 피어나도, 고혈압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는 영영 돌아오지 않으시는구나.

장옥관(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여야의 권력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과 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이 임박하며 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한국에 도착한 황 CEO는 5일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배우 지창욱이 국세청의 비정기 세무조사에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했으며, 소속사 스프링컴퍼니는 고의적 탈세가 없음을 주장하며 성실한 납세 의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기고문에서 이재명 정부가 '강경 좌파'로 규정되며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