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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 기자(記者)와 기차(汽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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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제각기 무서워하는 직업이 있는데 나의 경우엔 '기자'가 가장 무섭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사실은 내가 병원의 홍보실을 맡고나서부터인데 신문사나 방송국에서 전화만 오면 긴장이 되고 등에선 식은땀이 흐른다.

하루 4천여 명의 외래 환자와 1천여 명의 입원 환자, 그리고 2천여 명이 넘는 직원을 가진 병원의 어느 구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몰라 덜컥 겁이 나서다. 사실 기자들의 역할이 사회의 밝은 곳을 조명하기도 하지만 어두운 곳을 들추어내기도 하는데, 이 두 가지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지키기에 다같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또 사람들이 남을 흉볼 때가 칭찬할 때보다 더 재밌는 것처럼 사회고발적인 기사들이 미담이나 칭찬 기사보다는 조금 더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남의 일일 때 그렇지 자기 일이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자랑하고 싶거나 칭찬받을 일을 신문이나 방송에 내어 줄 땐 그렇게 고맙던 기자들이 병원이 숨기고 싶거나 부끄러운 일을 알릴 땐 평소의 친분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가려주기를 부탁도 해 보지만 그 때마다 단호하게 거절당해 야속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로서는 본인의 업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으므로 딱히 할 말도 더 이상 없어 "다음에 좋은 이야기 하나 실어 주세요."라는 궁색한 부탁으로 어색한 입장을 마무리한다.

나도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투철한 직업정신을 보면 그로 인해 비록 내게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꾹 참고 응원을 보내고 싶기도 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야속함을 넘어서 너무나 억울할 때도 있다. 사실이 왜곡되어버리거나 병원의 입장은 일축해버리고 일방적으로 상대 측의 의견만이 강조될 때가 그러한데 몇 달 전 바로 그런 일로 모 방송사에 매우 섭섭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수술을 막 마친 터라 수술실내의 교수휴게실에서 분을 삭이고 있었는데 오가는 교수들마다 "어이, 정 교수! 홍보실장이 너무 약한 것 아니야?"라고 놀려대서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고 있었다. 그때 그 자리에 같이 계시던 선배 교수가 내 모습이 무척 딱해 보였는지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정 교수, 일본말에는 말이야, 기자(記者)와 기차(汽車)는 모두 '키샤'로 발음이 같은데 그래서 일본 속담에 '키샤(記者)'나 '키샤(汽車)'와는 부딪혀선 안 된다는 말이 있지. 그러니 자네가 참는 수밖에 없단 말일세!"

그래서 그 날 이후 나는 기차처럼 무서운 기자들도 과연 무서워하는 직업이 있을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대체로 무서워하는 경찰, 판사, 검사들도 기자들은 별로 무서워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모두들 무서워하는 '나라님'(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더 이상 찾기를 포기하려던 찰나에 결국 그렇게 무서운 기자들도 무서워하는 대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녀의 담임 선생님'인 것이었다!

정호영(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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