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한·미 FTA 체결과 대구·경북의 대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시장의 70배에 이르는 미국시장에 무관세 거래를 하게 됐다. 국회비준과 유예기간 등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대구·경북은 이 같은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단기적으로 피해가 큰 산업과 이득을 보는 산업이 존재하겠지만 단기적인 이해득실이 지속되지는 않는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기회냐, 종속의 길이냐가 결정된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덩치가 크다고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고 했다. 우리가 미국보다 경제규모가 작고 원천기술도 부족하지만 주어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준비한다면 한·미 FTA가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대구·경북은 섬유, 전자·정보, 신소재·부품(메카트로닉스), 생물·한방, 문화·관광 등 전략산업과 환경·에너지산업으로 지역 경제 중흥을 도모하고 있다.

섬유산업은 한·미 FTA 협정으로 평균 20~30%정도의 관세 인하 혜택을 받는다. 따라서 고급 섬유의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판로 다각화가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관세율 철폐의 폭이 큰 섬유산업은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 경쟁력이 앞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고급화와 차별화한 선진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전자·정보 기기의 경우 현재 평균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데 FTA가 발효되면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통신기기, 디지털가전과 LCD패널 등은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대만 등 신흥국가들의 추격을 물리치는 것이 핵심과제다.

신소재·부품산업은 전자소재부품의 경우 WTO 기술정보협정에 따라 IT제품은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단기적인 관세철폐 효과가 존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류확대를 통한 생산성과 기술력 확보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전자소재부품은 미국의 주력제품과 국내 주력제품은 상호 보완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 수출품으로 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비메모리 분야와 원천기술을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원천기술의 습득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생물·한방산업은 의료시장과 제약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생물·한방 산업은 큰 피해가 우려된다. 미국은 유럽과 함께 세계 바이오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 바이오산업 기술경쟁력은 이들의 60%수준에 그치고 있다. 생물 한방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특화된 기술로 미국 시장에서의 수요창출과 판로개척에 힘써야 한다.

에너지 환경부문은 전기, 가스 등의 공공서비스 부문이 제외돼 FTA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에너지강국인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여가야 한다.

자유무역협정은 단기적으로 관세율 철폐에 의한 무역거래량의 증가와 무역수지의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출입 경쟁품목에서의 생산성 증대와 기술력 확보에 따라 과실이 달라질 것이다.

대구·경북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강화하고 산업구조를 고도화시켜 급변하는 시장변화를 기회로 삼기 위한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자.

장래웅(대구경북혁신협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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