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위원석] 육상선수권 대회를 도약의 기회로

최근 들어 대구가 활짝 웃었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평창에 실사단이 다녀간 직후 이루어진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실사단의 대구방문은 오래간만에 대구에 활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내 몸바사에서 들려온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대구개최 확정' 소식.

이것이 그동안 웃음을 잃고 살았던 대구시민들에게 웃음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식이나 형식적인 행동이 아닌 자기 내면에서 분출되는 진정한 기쁨의 표현이며, 카타르시스가 주는 새롭고 신선함의 발산이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만큼 이번 대회 유치가 가지는 파급효과는 크다. 이번 대회는 어느 대회보다 성공적으로 치러내어 잃어버린 우리나라 3대 도시의 명예를 회복해 보자는 시민들의 강한 의지도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분명 대구의 이번 대회 유치는 대한민국이 세계 3대 스포츠를 치르는 일곱 번째 트리플 크라운의 나라가 되는 중요한 대회이다.

하지만, 대구는 스포츠 축제 이외에 이렇다 할 반사 이익과 도시가 가지는 상징적 홍보효과를 기대만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리기 시작한다. 대구경북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6천억 원에 이르고, 고용유발 효과는 7천 명에 달하며, 거기에다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얻는 경제적인 효과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이 될 것이라는데, 왠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세계적인 스포츠 대축제인 2002한·일 월드컵과 200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대구가 얻은 기대효과가 지금처럼 예상 수치를 훨씬 못 미치는 결과 때문일까. 이제 대구는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이제껏 국내 육상대회 정도를 개최하며 스타급 육상선수를 육성해 내지 못한 지역에서 한 번의 국제대회 유치로 아시아 육상의 메카로 거듭난다는 것은 대회의 성공개최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자칫 지역 육상 꿈나무들의 꿈을 대회 종료와 함께 날려버리는 선정성 행정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 유치를 통해 그 나라의 낙후된 스포츠 문화와 관심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민간자본의 대규모 지원이 없으면 스포츠 메카를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은 다양한 스포츠 축제나 문화행사의 유치를 통해 자국의 문화와 환경을 알려 국제적 위상과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있다. 나아가 고유한 문화와 관광상품 소개를 통해 관광산업 증진과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판매하거나 홍보해 경제적인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 대구는 이번 대회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그 어느 대회보다 직접 투자비가 적게 들고 대회 개최를 통한 직접적인 경제효과만 해도 투자비의 10배 이상에 달한다는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대구 고유의 문화적 인프라를 체계적이고 내실 있게 운영해 대구라는 도시를 브랜드화할 수 있는 문화적 마케팅환경이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지리적 공간이 축소되고 전 세계가 정보를 동시에 공유하는 21세기에 대구가 가지는 도시 브랜드 가치의 향상은 풍부한 문화적 인프라를 최대한 살려 영남문화권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경주와 안동 고령 청도 등 대구 인근지역의 풍부한 문화유산들을 한데 묶어 벨트화하는 역할과 근·현대 한국 문화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던 예술인들의 활동무대와 거주지를 문화상품화하는 감성적 관광상품 개발은 글로벌리즘(globalism) 시대에 대구가 개발해야 할 필연적 과제일 것이다.

만국어로서의 스포츠가 글로벌화 시대에 언어와 문화·관습이 다른 전 세계인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듯 도시의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 역시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관광상품이 될 것이다.

대구는 충분히 상품화할 수 있는 문화적 소프트웨어가 많다. 단지 그 재원들을 상품화하고 고급화하는 인력과 인식이 부족할 뿐이다. 이제부터 새로운 판을 짜서 세계인들에게 대구만의 독특한 도시문화 상품과 도시 브랜드를 팔 수 있는 가공작업을 시작할 때이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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