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바보(?) 교장의 눈물

지난해 8월 이 코너에 '밥 해 주는 교사와 바보(?) 교장'이란 글을 쓴 적이 있다. 마침 지난 19일 그 바보(?) 김 교장이 근무하는 포산고등학교로 장학지도를 갔다.

혼잡한 도로로 1시간 정도 걸려 도착하니 김 교장을 비롯해서 모든 교직원들이 일과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청소, '아침 독서 10분 운동'을 마치고 1교시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교원 43명(중 20, 고 23명), 학생 596명(중 308, 고 288명)의 소규모 면 단위 중·고 병설인 포산중고등학교는 지난해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았다. 김 교장은 2004년 9월 1일자로 취임한 후 벌써 3년째를 반 이상 넘기고 있었다.

그동안 본교는 사교육비 경감, 학교평가, 학교교육정보화 추진, 교내 자율장학 등의 여러 분야 우수교로 선정되었다. 전국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학교 테니스부는 2년 연속 전국 대회에서 우승했고, 고등학교 졸업생 68.7%가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해마다 정원 미달로 걱정이던 고등학교 신입생 선발에서 60여 명이나 탈락시켜야 했다.

교육부 지정 ICT국제교류협력 정책연구학교, 산림청 지정 학교 숲 시범학교, 교육청 지정 선택중심교육과정 및 환경교육 시범학교, 교원능력개발평가 선도학교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다. 2007년에도 자율학교 지정, 농산어촌 우수고 신청 등 지속적인 변화, 발전을 꾀하고 있었다.

외부 유치 지원금으로 학교도서관, 보건실, 멀티어학실, 과학실을 현대화하여 시내 어떤 학교보다 잘 꾸몄다. 역사관도 개관했다. 동네 정보를 담은 게시판도 눈에 띈다. 매년 1천만 원씩 3년간 지원받는 생명 숲 가꾸기로 예쁜 정원을 만들었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학교가 되었다.

학생들의 표정은 밝고 환하고 선생님들도 의욕적이다. 수업 참관 안내 자료에 모든 선생님들의 수업안이 첨부되어 있다. 누가 와서 내 수업을 참관해도 좋다는 자신감으로 보였다. 시내 근무 교사보다 훨씬 많은 출퇴근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교사장학회를 조직하여 장학금 1천여만 원을 모았다. 3년 동안 87명의 학생에게 900만 원 가까이 지급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김 교장이 눈물을 주르륵 흘리신다. 교육부 교장 공모 정책에 따라 본교도 교장 초빙공모제 적용 대상 학교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임기 4년을 전제로 초빙하게 되니, 정년 2년 남은 김 교장은 응모자격이 없다.

'교장 임기 8년을 채우고 정년 잔여 기간을 채우려는 사람은 절대로 안 된다. 우리 학교를 진짜 살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제 겨우 기반을 다져가는데 지금 무너지면 다시 일으키기는 정말 어렵다.' 김 교장의 말씀이다.

교실 창밖으로 펼쳐진 녹색 들판이 이 학교의 미래처럼 환하게 보였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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