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화까지 산을 덮치는 일은 막아야

당초 우려와 달리 큰 변고 없이 넘어가는가 했던 올 봄철 산불이 막바지에 되살아난 양상이다. 어제까지 이틀에 걸쳐서는 울진에 큰불이 나 수십만 평을 태우면서 동해안 국도를 두절시키고 수백 명의 주민을 대피케 했다. 지난 토요일 이후엔 청송'영덕'예천 등에서도 불상사가 잇따랐으며, 대구 팔공산 자락과 현풍 비슬산 자락에서도 불길이 솟았다. 뿐만 아니라 대구 앞산에서는 방화로 보이는 산불이 무려 5건이나 연쇄적으로 발생, 등산객 많은 안지랑골 및 그 동편 산록 곳곳이 피해를 입었다.

사실 올 산불은 초봄까지만 해도 심상찮은 기미를 보여 큰 우려를 샀었다. 봄이 앞서 온 탓이었는지 3월 초까지의 전국 발생 건수가 최근 10년 간 같은 기간 평균치보다 66% 증가하고 放火性(방화성) 산불 또한 100% 이상 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엔 대체로 소강상태를 보였으니, 잦아진 봄비 덕도 봤겠지만 높아진 시민들의 경각심도 큰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침 올 봄에는 산불 외에 '최악의 황사' 예보마저 빗나가 덕분에 시민들이 더 좋아하기도 했었다. 황사 발생 시기가 이미 지나갔고, 오늘부터 국립공원까지 부분 출입 통제를 해제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산불 또한 큰 고비를 넘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막바지에 대구'경북에 산불이 덮치고 말았으니 마치 방심하다 허를 찔린 꼴이다. 게다가 2001∼2002년 겨울에 20여 회나 이어졌던 포항 지역 방화, 지난 3월10일 포항∼영천 구간 도로를 따라 발생했던 5건의 연쇄방화에 이어 이번엔 대구 앞산에까지 방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도 했다. 뺑소니범처럼 방화범 또한 결국 잡히고 만다는 인식이 굳어질 때까지 발본색원하는 등 숲을 지키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더 강화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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