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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에세이] 봄날의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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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소나기처럼 급작스런 빗줄기가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며 창문을 두드린다. 진료실에는 이미 비오기 직전의 어둠이 새벽 미명처럼 어슴프레 깔려 전화선을 타고 흐르는 후배의사의 낮은 목소리가 더욱 침울하게 들리는 어느 봄 날 오후였다. 평소 그녀의 목소리는 청아한 하이톤인데 오늘은 평소와 다른 음색으로 말문을 연다. 여드름 환자에게 농도가 낮은 화학 박피를 시술하였는데 얼굴에 부분적으로 검은 딱지가 생기고 착색이 생겼단다. 박피는 농도에 따라 반응이 많이 다르다. 농도가 진할수록 각질 홍반 딱지가 심하고 물론 효과도 크다. 그러나 피부 타입에 따라 예측하는 농도의 반응보다 다르게 나타 날 수 있다. 이럴 때 환자분들은 많이 당황 한다. 특히 이분처럼 대인 관계를 많이 하는 직업인 경우는 낭패다. 물론 며칠 지나면 정상으로 회복되고 역설적으로 여드름 염증 치유의 효과도 더 빠르다. 그러나 당장은 환자들에게 대단히 치명적일 수 있다. 백옥 같은 피부를 바라고 치료 하러 왔는데 이렇게 미운 오리처럼 된다면 그 실망감이 얼마나 커겠는가?

이분은 후배의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남자 친구까지 가세하여 심한 항의를 한 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모든 형사상 민사상의 책임을 지겠다는 장황한 내용의 각서를 요구 했단다. "험악한 분위기에 엉겁결에 쓰고 말았어요. 괜찮을까요? 이런 경우 다 돌아오죠?" 살짝 떨리는 목소리였다.

두꺼운 피부과 교과서에는 그런 약한 농도의 시술에는 진피층에 아무런 손상이 없다고 명백하게 나와 있고 우리들의 실력 있는 스승님께도 배웠지만 경험이 조금 더 많다는 이유로 내게 또 확답을 들고 위로 받고 싶은 그 후배의 심정을 나는 너무나 잘 이해한다."응 무조건 돌아 와. 안돌아 오면 내가 책임질게. 우리 병원으로 보내줘" 내가 무슨 능력으로 책임진단 말인가? 그러나 그 후배에게 그렇게 허풍선을 떨어서라도 위로 해 주고 싶은 어두운 어느 봄 날 오후였다.

정현주(고운미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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