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공, 더 느린 공, 아주 느린 공.'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제이미 모이어(44·필라델피아 필리스)는 평균 구속이 130㎞ 초반에 불과한 투수다. 하지만 그가 올 시즌 작성한 성적표는 18일 현재 4승2패, 평균자책점 3.48. 나이, 구위 어느 면으로 봐도 선뜻 믿기 힘든 기록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220승을 거둔 대투수다.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면도날 제구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광속구 투수들 사이에서 당당히 살아남았다.
물론 메이저리그와 한국 프로야구 사이에 수준 차가 있지만 18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한 삼성 라이온즈의 선발 전병호(34)의 빛나는 호투는 모이어를 연상케 했다. 이날 가랑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전병호는 8이닝 3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LG 타선을 봉쇄했다.
그가 뿌린 빠른 공은 평소처럼 130㎞가 최고 구속일 정도로 천천히 포수 미트를 향했다. 150㎞를 넘나드는 공을 던지는 젊은 투수들에겐 느린 변화구에 불과한 속도. 하지만 만만해보이는 전병호의 공에 LG 타자들은 맥없이 나가 떨어졌다. 헛방망이질을 하거나 쳐봐야 빗맞은 타구가 대부분. 97㎞~123㎞짜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섞어 던지니 상대 타자들에겐 130㎞짜리 공도 강속구나 마찬가지였다.
선동열 삼성 감독이 전병호에게 신뢰를 보내는 이유를 능히 짐작케 하는 경기였다. 단단한 불펜과 달리 선발 투수진이 흔들리는 삼성에서 전병호는 조용히 제자리를 지켜줬고 이날도 기대에 걸맞는 호투로 평균자책점은 3.21에서 2.81로 낮아졌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 투수가 되는 바람에 시즌 2패째를 기록한 것이 옥에 티였다.
전병호가 3연전의 첫 경기에서 올 시즌 삼성 선발 투수 가운데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버텨주며 불펜의 부담까지 덜어줬지만 삼성 타선은 끝내 터져주지 않았다. 17일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4번 심정수는 1회 2사 2루, 3회 1사 1·2루와 5회 2사 1·3루 등 세 번의 득점 기회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나 전병호의 짐을 덜어주지 못했다.
LG는 지난해 사자 유니폼을 입었던 선발 하리칼라가 경기 초반 흔들렸음에도 삼성 타선의 불발로 7이닝 동안 4안타 4볼넷을 내주면서도 무실점하고 5회초 조인성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 삼성을 1대0으로 눌렀다.
한편 SK는 홈에서 현대를 4대1로 꺾었고 한화는 롯데와의 원정경기에서 8대6으로 승리했다. 홈팀 두산은 KIA를 7대3으로 제압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야구 전적
LG 000 010 000 - 1
삼성 000 000 000 - 0
▷삼성 투수=전병호(2패) 조현근(9회) ▷LG 투수=하리칼라(3승) 류택현(8회) 우규민(8회·12세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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