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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부부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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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앞두고 아침상을 기다리는 남편에게 아내가 삶은 고구마를 들고왔다. "햇고구마가 하도 맛있다고 아랫집에서 그러기에 좀 사왔다"는 말과 함께. 남편은 고구마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내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제일 작은 것을 먹었다. 아내는 "하나면 정이 안 간대요"라며 하나 더 권했고 남편은 마지못해 또 하나를 집었다.

아침상을 기다리던 남편은 끝내 재촉을 했다. 그러자 아내가 웃으며 고구마가 오늘의 아침상이라고 했다. 그제야 쌀이 떨어진 줄 알게 된 남편은 미안한 마음에 왜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고 짐짓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자 아내가 말했다. "저의 작은 아버님이 장관이세요. 어디를 가면 쌀 한 가마가 없겠어요? 하지만 긴긴 인생에 이런 일도 있어야 늙어서 얘깃거리가 되잖아요" 그 말에 남편은 잠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엔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 나오는 세 쌍의 부부들은 가난도 방해하지 못하는 행복감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다.

오늘(21일)은 제1회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5월)에 둘(2)이 하나(1)가 되자는 뜻으로 부부가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자는 취지다. 1995년부터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시작된 부부갈등 치유, 가정 회복 운동이 전국적 운동으로 확산돼오다 지난 2003년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제출한 국가기념일 제정 청원이 국회를 통과, 올해부터 법정 기념일이 됐다.

우리 사회에선 겉으로는 번듯한 부부인데 실제로는 '무늬만 부부'인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전국의 30세 이상 기혼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새삼 놀라울 정도다. 부부 10쌍 중 1쌍은 한 달에 대화를 한두 번 나눌까 말까이고, 10쌍 중 3쌍은 한 달에 한두 번의 입맞춤 같은 가벼운 스킨십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5쌍 중 2쌍은 서로를 격려하는 가벼운 칭찬도 거의 건네지 않는다고 답했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반쪽'이다. 그 사실에 감사하며 서로를 향해 '고맙습니다'라고,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부부의 날' 제정은 의미가 있을 터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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