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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의 교육 프리즘)착한 아이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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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하러 오는 많은 학부모들이 자기 자녀가 착하다고 자랑한다. 아이가 부모의 뜻을 거역하거나,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하는 부모도 있다. 이런 경우 경험 있는 상담자는 그 집 아이가 부모의 기대대로 연기를 하느라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겉보기에 문제가 없고 착하게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오히려 더 힘들 수 있다고 말해 주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상당수의 아이들이 부모의 너무 높은 기대치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부모가 원하는 착한 아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 되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며, 그렇게 되려고 애처롭게 노력하는 자신이 진정한 자기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문제는 착한 아이가 갑자기 반항하고 애를 먹이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그때서야 부모는 내 아이를 너무 모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된다.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이 사용한 페르소나(persona)는 어릿광대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이다. 정신분석 용어 사전에 따르면 페르소나는 사람이 자기 아닌 사람으로 나타내려고 할 때 쓰는 가면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많은 역할을 해야 하고, 타인의 요구에 맞추어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페르소나는 유용하고 꼭 필요한 가면이다. 그러나 페르소나는 해로울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페르소나를 실제의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난다. 그는 우리 삶에 필요한 또 다른 성격들을 발달시키지 못하고, 진정한 자기로부터 소외된다. 이런 현상은 정신적 건강을 크게 해치고, 심할 경우 인생을 망치게 된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놀고 싶을 때 놀아야 하고, 화가 나면 분노를 터뜨려야 하며, 슬프면 울 수 있어야 한다. 착한 아이, 어른 같은 의젓한 아이가 되기 위해 건강한 욕망과 충동을 억누르며 가면을 쓰고, 그것이 진정한 자아라고 스스로에게 강요할 때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아이는 내면에 폭발물을 축적하는 것과 같다. 융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자기가 가면을 쓴 채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가 연기하고 있는 사람이 곧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타인만 속이는데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 자신마저 속이게 된다고 지적한다.

과열된 교육열기 속에서 대부분 부모는 자녀 양육의 최우선 목표를 공부 잘하는 아이,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에 초점을 맞춘다. 무력한 아이들은 무조건 부모의 지시를 따르며 모든 것을 억누른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누적된 불만과 스트레스가 폭발한다. 이런 식으로 성장한 아이는 어른이 되면 더 큰 문제를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기는 짧지만 한평생은 길며, 청소년기의 정신 건강은 일생을 좌우한다.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야 한다.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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