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서정춘 作 저수지에서 생긴 일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갑자기, 큰 물고기 한 마리가 저수지 전체를 한 번 들어올렸다가 도로 내립다 칠 때는 결코 숨가쁜 잠행 끝에 한 번쯤 자기 힘을 수면 위로 뿜어 내보인 것인데 그것도 한 순간에 큰 맘 먹고 벌이는 결행 같은 일이기도 하다

어이쿠! 저놈 봐라. 마른하늘에서 날벼락 떨어지듯 못물을 쩡! 갈라놓는구나. 방금 물 바깥으로 잠시 고개 내민 것, 그것이 무엇이던가. 무쇠 솥뚜껑 같은 손바닥으로 이 좀팽이의 뒤통수를 '내립다' 후려치는 억센 힘. 숨 한 번 힘껏 들이마시고 내쳐 읽어야 하는 한 문장으로 된 시, 장쾌하구나. 긴 문장의 급박한 리듬이 '숨가쁜 잠행' 끝에 '벌이는 결행'을 실감나게 해주는구나.

그런데 세 단락으로 되어있는 이 문장은 왜 이음매가 보이지 않지.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원리가 규정 문법의 위반. 첫 번째 단락과 두 번째 단락 사이의 '결코'와 두 번째 단락과 세 번째 단락 사이의 '그것도'의 부자연스러운 용법. 이러한 위반의 어법에 의해 의미소들은 콘크리트처럼 뭉쳐지고 있다.

언어 바깥에 있는 시 문맥에서 문법이나 세세하게 따지며 나날이 좀팽이가 되고 있는 나여, "저수지 전체를 한 번 들어올렸다가 도로 내립다 칠" 결행의 순간이 내 삶에도 과연 있기는 있겠는가.

장옥관(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권력의 인권 침해에 대해 영구적 형사처벌을 주장하며, 국가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배제 입법을 촉구했다. 그는 또한 12·3 비...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재정 악화로 5개 매장 폐점을 검토 중이며, 이로 인해 대형마트 수가 122개에서 117개로 줄어들 예정이...
2일 경기도 파주에서 육군 훈련 중 30mm 대공포탄이 폭발해 부사관 3명과 군무원 1명이 부상당했으며, 이들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치...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