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미 국방부의 비밀보고서에는 '20년 안에 기후변화로 인해 전 지구적 재난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테러보다 더 심각한 안보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여기서 '전 지구적 재난'이란 세 가지를 의미하는데, 첫째가 식량, 둘째가 물, 나머지가 에너지이다. 이는 물이 이미 한 인간의 생명유지 차원을 떠나 지구적인 위협을 가지고 올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요소임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식량문제도 물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면, 미래 인류의 안녕과 행복은 바로 물에 달려있다고 해도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닌 듯하다.
물 문제란 물의 부족과 과잉을 함께 말하는 것이며, 물 부족에 따른 기근, 물의 이상 과잉으로 인한 홍수피해를 포함한다. 이처럼 부족과 과잉이라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물의 성질은 물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물의 파괴적 양상을 파악하고 그 대책을 세우는데 필요한 과정 중 가장 먼저 수행되어야 할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물의 관측'이다. 물의 관측은 옷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몸의 치수부터 재야하는 것처럼 강수량, 하천의 유량 및 수위 등을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재단이 잘못된 옷은 후속공정에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공정이 진행되면 될수록 더 큰 낭패에 빠지듯, 물의 관측도 처음부터 정확하고 지속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후 시행되어야 한다.
이에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5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 수계를 중심으로 전국단위의 유역조사를 실시했다. 이 성과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제공하고 있으며, 많은 수자원관련 종사자들이 이를 이용하여 치수대책을 수립하고, 홍수범람을 모의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물을 관측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신뢰도 높은 값을 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 관리의 유용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관측자료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면 신뢰성 있는 많은 자료가 축적되어야 하는데, 향후 몇 십 년 후를 내다본다면 지금 시작해도 늦은 감이 있다.
얼마전 개정공포(2007년 4월)된 하천법에는 기존의 강우, 수위, 수질, 유량조사 외에 유사량, 증발산량과 하천유역의 토양에 함유된 수분양 조사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상변화로 인해 거의 매년 발생하는 가뭄과 홍수, 수질오염, 지역 간의 물 분쟁, 개발과 보전사이의 갈등 등은 더 많은 피해와 이해관계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어 국민적인 공감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해결노력이 절실하다.
이제 물의 관측은 정확한 기초자료의 생성과 관리가 우선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시기가 됐다. 이러한 국가적 필요에 따라 수자원공사에서는 국가 방재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초자료 제공을 위해 2006년 1월부터 유역관리팀(5대강 6개팀)을 구성하고 5대강 하천 주요지점 및 다목적댐 운영 필요지점에 대해 평·갈수기 및 홍수기에 대한 유량조사를 시행중이다. 2007년도에는 직접 유량조사지점을 대폭 확대(52개지점)하여 관측의 정확성을 기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의 강우, 수위, 유량측정 외에 유사량, 증발산량, 하천유역의 토양에 함유된 수분의 양 등 조사항목 및 조사지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세계최고의 첨단 IT기술을 응용하여 고품질의 수문자료를 보다 신속, 정확하게 수집해 국민에게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강우 및 하천유량의 정확한 예측과 관측이 우리나라가 처한 시대적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길임을 물을 관측하는 전문가의 한사람으로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영회 수자원공사 경북본부 낙동강유역관리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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