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20세기 전반기 세계 패션계의 신화적 디자이너였다. 무엇보다 패션을 통해 여성들에게 '자유'를 선물한 선구자다. 여성들이 목까지 단추를 채우고, 몸을 꽉 죄는 코르셋에다 풍선처럼 부풀린 페티 코트를 받쳐 입은 드레스 차림으로 혼자서는 입고 벗기조차 힘들었던 그 시절에 무릎 밑 5~10cm 내려오는 치마를 내놓았다. 여성옷에서 다리를 드러낸 것은 샤넬이 최초였다. 여성용 바지를 처음 선보인 것도 그녀였다. 이후 바지는 '여성복=치마'의 등식을 깨고 세계 여성 패션의 지형도를 바꿔놓게 되었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진출 증가와 더불어 부동의 위상을 차지해오던 바지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바지를 즐겨 입던 미국 여성들이 치마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것.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미국의 여성복 판매는 작년보다 약 5% 늘었는데 이중 원피스 등 치마 정장류가 30% 이상 급증했다는 것이다. 여성 의류업체 토미 바하마도 치마 정장 매출액이 지난해엔 3% 늘어났으나 올해는 작년보다 200%나 급증했다 한다. 특히 딱 달라붙는 청바지 위에 입을 수 있는 원피스류는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라고.
폭발적인 치마 유행의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용성'을 꼽는다. 이를테면 출근 시간이 바쁜 직장 여성들에겐 옷장문을 열고 고민하지 않아도 될 최적의 옷이 원피스라는 것이다. 또 한가지 이유로는 치마가 비만 부위를 적당히 감춰준다는 것. 게다가 미국 직장 여성들의 일상적 애환을 그린 드라마 '섹스 & 더 시티'에서도 종종 보게 되듯 미국 사회에선 파티가 자주 열린다. T(Time:시간), P(Place:장소), O(Occasion:경우) 패션 원칙에 따라 파티용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 교양인의 에티켓이지만 원피스라면 퇴근 후 바로 파티 장소로 직행해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치마의 재발견'인 셈이다. 이 신문은 과거엔 바지가 치마보다 훨씬 창조적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치마가 더 편하고 융통성 있는 옷으로 각광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치마도 치마 나름. 요즘 유행 중인, 아슬아슬한 길이의 울트라 미니 등은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다. 역시 유행은 돌고도는 것인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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