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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제사 봄바람?…중소기업들 투자 확대

▲ 대구 동구의 두부공장인
▲ 대구 동구의 두부공장인 '해말금두부'. 이곳은 공장규모를 올가을 4배가량 늘리기로 하고 현재 새 공장 짓기에 한창이다.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 현재 설비로는 안 된다는 것이 공장 증설 이유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장면1. 제조업체에서 급식위탁업무를 하고 있는 대구 동구의 (주)신천. 이 회사는 최근 5억 원의 투자를 했다. 급식위탁 대상인 제조업체 식당을 깨끗하게 꾸미고, 새로운 설비를 갖다 놓는가 하면, 더 좋은 급식재료 공급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는 조선업계에 부품을 대는 영천의 선박부품 제조업체에다 대구경북지역의 신성장동력인 차부품업체가 수주를 늘리고 있어 '질 좋은 급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신천 박진환 대표)

#장면2. 두부를 주력제품으로 하고 있는 대구 동구의 '해말금두부' 김종학 대표. 그는 155㎡ 임대 공장 신세에서 올가을이면 560㎡ 자가 공장 사장님으로 변신한다. 농협 하나로마트 등 지명도를 갖춘 매장에서는 없어서 못판다는 해말금두부 덕분.

"품질이 좋으니 잘 팔리는 거겠죠. 하지만 앞으로 경기가 더 좋아지는 조짐이 보여 작은 공장으로서는 '대단한 규모'의 투자를 했습니다." (김 대표)

#장면3. 모직제품에 쓰이는 원사를 뽑고 있는 경북 경산의 (주)상지모방. 최근 3억 원을 투자해 새 공장을 꾸미는 중이다. 올 10월이면 새 공장에서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제일모직에 납품을 하는데 중국이 아무리 따라온다고 해도 품질에서는 우리나라를 낚아챌 수 없습니다. 제품에 자신이 있으니 과감하게 설비투자를 했지요." (신용성 대표)

경기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주식 가격'이 올 상반기 내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온 가운데 대구경북제조업체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투자가 올 상반기 후반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났다는 징조는 보이지 않고 있으나, 현재의 추세로 볼 때 올 하반기 말 이후에는 생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이 상당수 제조업체 대표들의 한목소리다.

경북 경산의 현대자동차 2차밴더업체인 우경산업.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로봇 4마리를 들이고 프레스도 3대나 새로 샀다. 차체부품을 생산, 현대차 1차밴더인 세원물산으로 공급하는 이 회사는 향후 경기전망을 볼 때 신규 수주가 더 늘 것이라고 보고, 과감하게 설비투자를 했다는 것.

차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스웨덴의 샤브 등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진 업체까지 대구경북지역 차부품업체의 기술력을 파악, 섭외에 나서거나 실제 일부 업체에는 일감까지 줬다."며 "글로벌시장이 우리를 인정하는데다 내수시장에 대한 회복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중소업체들 사이에서도 설비 늘리기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담보를 잘 구하지 못해 설비투자비용을 금융권에서 빌리기 힘든 중소업체들을 위해 보증을 서주는 신용보증기금 대구경북본부. 이곳이 지난 5월 현재 설비를 늘리기 위한 시설자금에 대한 신용보증 실적(958억여 원)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시점(632억여 원)보다 51%나 늘었다.

신용보증기금을 이용하는 업체는 중소규모 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규모 업체들의 '밑바닥 투자'가 살아나고 있는 것.

특히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줬다가 해당 업체가 결국 설비투자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부실에 빠진 비율이 지난해 5월에는 5.9%에 이르렀으나 올 5월에는 4.8%로 1.1%포인트나 급감했다.

권태흥 신용보증기금 대구경북본부장은 "중소제조업체들을 주로 상대하는 신용보증기금 대구경북본부의 실적을 파악해보니 지난 3월을 고비로 저점을 찍고 이제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대구경북지역 391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업황BSI(기업경기실사지수, 企業景氣實事指數, 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75에서 83으로 급상승했다.

특히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해던 섬유가 67에서 86으로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고, 전기전자업종도 54에서 73으로, 1차금속도 96에서 100으로 각각 올랐다. 한국은행은 섬유의 경우,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수주가 대폭 늘면서 직물업체를 중심으로 영업환경이 크게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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