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27·가명) 씨는 최근 자신의 승용차 와이퍼에 끼여 있던 전단지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16절지 크기의 전단지에는 '현금게임 실시간 맞대결'이라는 내용의 문구와 함께 게임 운영자의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던 것. 집으로 돌아와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 김 씨는 "http://38.xxx.xxx.xx로 접속해 게임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고, 폰뱅킹으로 돈을 입금하면 확인되는 대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준다."는 한 남성의 지시에 따라 현금 5만 원을 입금했다. 5분 뒤 '입금한 현금이 사이버머니로 환전돼 게임에서 즉시 이용할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김 씨는 재미삼아 '맞고'를 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돈을 따 슬슬 재미가 붙었는데 이튿날부터는 지는 일이 더 많았다. 처음 통화를 했던 남성은 사이버머니가 떨어질 만하면 연락해 "현금을 더 넣으면 사이버머니를 채워 주겠다."며 김 씨의 '본전 심리'를 자극했다. 김 씨의 하루는 온라인 성인 게임으로 채워졌고, 어떤 날은 현금 50만 원을 사이버머니로 환전하기도 했다. 20여 일 만에 500만 원가량의 현금을 잃은 김 씨는 결국 가족에게 들켜 도박프로그램을 삭제하고 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게 됐다.
성인오락실이나 PC방에서만 할 수 있었던 도박게임이 가정으로 파고들고 있다.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 경찰의 단속망을 교묘히 피해 전단지나 스팸메일 등을 통해 '집에서도 할 수 있다.'며 접근하고 있는 것.
프로그램 운영자 중 일부는 예전 바다이야기 등 성인오락으로 가산을 탕진한 도박중독자들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온라인 도박이 가정에까지 은밀하고 깊숙이 침투하게 된 것은 영업장이 따로 필요없고 가정에서 개인용 PC를 통해 도박을 할 수 있어 단속을 피할 수 있기 때문. 특히 사이버상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사이버머니로 도박을 하다보니 현실성이 떨어져 많은 돈을 판돈으로 거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온라인 도박 사이트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한 번 재미로 발을 들였던 사람들도 점점 무리를 하게 돼 거액을 잃은 뒤에야 후회하는 등 바다이야기 등 성인오락실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다.
경찰도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올 들어 5월 말 현재 단속 건수가 22건에 그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도박사이트 대부분이 서버를 외국에 두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다 이들이 현금을 받는 경로인 대포통장도 1, 2일 정도만 이용하고 폐기해 추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접근을 차단한 사이트 수는 총 799건으로, 이 중 도박사이트가 342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차단되면 또 다른 사이트를 개설해 사이트 수가 줄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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