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 요즘 중년 주부들 사이에 대유행인 유머다. '사춘기가 되면 남남이고, 군대 가면 손님, 장가 들면 사돈이 된다'는 '장가간 아들 시리즈'도 떠돈다. 업그레이드 버전도 나왔다. '아들은 낳을 때 1촌, 대학 진학하면 4촌, 군대 갔다오면 8촌, 장가가면 사돈의 8촌, 이민가면 해외동포다'.
아들이 천덕꾸러기가 됐다. 천덕꾸러기 대우는 그나마 양반이다. 아예 열등아 취급이다. 대구지역 남학생들의 남녀공학 중'고교 진학 기피도 최근 두드러진 현상이다. 내신 경쟁에서 여학생들에게 밀리는 탓에 공학이 아닌 남중이나 남고에 진학하겠다는 것이다. 고교와 대학 진학 때 내신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나 수행평가 등 내신 점수 관리에서 여학생들을 따라잡지 못해 나타난 궁여지책이다.
여성들의 得勢(득세)는 이제 大勢(대세)다. 올해 판'검사에 임용된 여성 비율이 사상 처음 50%를 넘었다. 최근 외무고시 여성 합격자의 비율도 3분의 2를 차지하는 등 각종 고시와 자격시험에서 여성들은 맹위를 떨치고 있다. 20대 취업률에서도 여성이 남성을 추월했고,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유아용품 전문업체의 가임 여성 대상 조사에서도 4대 6의 비율로 딸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남아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대구와 경북에서도 이제 아들은 찬밥 신세다. 이 지역 주부들조차 계모임 등에서 "병 문안을 가면 며느리는 없고 딸들이 간병하더라"며 공공연히 아들을 폄하한다. 영남 士林(사림)의 전통을 면면히 이어온 이 고장에서마저 아들의 위상이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장가 간 아들 시리즈' 유머는 외환위기 이후 한층 오그라든 남성상을 반영한다. 외환위기 이전엔 남자들은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가장으로서의 자부심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남자 혼자 가족을 부양하기가 버거운 시대가 됐다. 남자들이 그만큼 무능해진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아래에서 무능은 죄악과 동의어다. 무능하다면 치욕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욕과 타협 정도는 견뎌야 한다. 이 땅 '며느리의 남편들'을 위한 辨明(변명)이다. 너무 궁한가. 그렇다면 딸을 낳으시라.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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