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뮤지컬페스티벌 폐막] (중)순수 창작품 거의 없고 수준도 '기대 이하'

▲ 개막작으로 적절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중국 무극
▲ 개막작으로 적절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중국 무극 '일파산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방향(창작지원)은 잘 잡았지만 이를 풀어내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창작지원작 선정부터 논란이 됐다. 이미 뮤지컬로 제작된 작품이 뽑히면서 선정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게다가 순수 창작물로 보기 힘든 연극 작품도 포함되면서 창작 지원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난을 받았다.

창작지원작 공모 과정과 작품 수준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공모기간이 너무 짧아 극단 마카, 파워엔터테인먼트 등은 공동 제작 중인 '약전골목'의 공모를 철회했으며, 지역의 한 극단도 시간 부족으로 공모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5개의 창작지원작 가운데 순수 지역 작품은 1개에 불과했다.

대본·악보 등 문서에 의존, 작품을 심사하다 보니 작품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도 미흡했다. (사)대구뮤지컬페스티벌은 공모 기간이 짧아 접수된 작품 수준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 창작지원금 규모를 줄이는 바람에 구설에 올랐다.

초청작도 '캣츠'를 제외하고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한 관계자는 "실험적 양식을 도입한 작품이 있었지만 완성도는 높지 않았으며 시민들이 보고 싶어할 만한 수준의 작품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며 "초청 비용이 드는 만큼 작품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국제'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외국 작품이 적은 것도 개선 과제로 남았다. 수준 높은 외국 작품을 많이 초청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감안하더라도 프레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보다 크게 후퇴했다. 프레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는 '렌트' '지킬 앤 하이드' '프로듀서스' 등을 선보였지만, 올해는 중국 무극 '일파산조'가 유일한 해외 초청작이었다.

또 여러 관객층을 확보한다는 명분 아래 뮤지컬이 아닌 장르(악극·창극)의 작품을 초청한 것도 뮤지컬페스티벌의 색깔을 퇴색시킨 이유라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넓게 보면 무언극과 퍼포먼스 등도 뮤지컬로 볼 수 있으며 작품성이 뛰어나 개막작으로 선정했다.'는 (사)대구뮤지컬페스티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중국 무극(춤극)인 '일파산조'가 개막 무대를 장식한 것은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

작품에 대해서도 '비극적인 사랑을 애절하게 그린 감동적인 작품'이라는 호평과 '중국 기예에 춤이 접목된 양식으로 예술작품으로 보기 힘들다.'는 악평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관객 동원에서도 '캣츠'와 뉴컴퍼니 '마술사 죠니' 등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캣츠'를 뺀 초청작과 창작지원작의 티켓 가격이 1만~5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했지만 '일파산조'의 경우 개막 공연 당시 대구오페라하우스 1층 객석도 채우지 못했다.

한 작품의 경우 3일 공연 총 티켓 판매량이 100여 장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티켓 판매가 저조해 공연을 본 뒤 만족도에 따라 관객들이 스스로 관람료를 내는 후불제 공연까지 등장했다. 창작지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작품 인지도가 떨어져 관객동원이 어려울 것이라는 (사)대구뮤지컬페스티벌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와 홍보 부족, 한달 이상 여러 공연장에서 축제가 진행되면서 집약적인 힘을 모으지 못해 분위기가 살아나지 못한 것도 문제가 됐다.

이 밖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참가작뿐 아니라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 30일까지 대구에서 공연된 모든 뮤지컬을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바람에 심사 과정에서 불거진 대구뮤지컬어워드의 정체성 논란, (사)대구뮤지컬페스티벌의 허술한 조직,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에 순수 창작품과 대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실험적 양식의 작품이 거의 없는 점도 옥에 티로 지적됐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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