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는 부처꽃과의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 낙엽활엽 소교목으로 생육 환경에 따라 5, 6m까지도 자란다. 꽃이 백일 동안이나 핀다 하여 백일홍이라고도 하는데, 한 번 핀 꽃이 백일 동안이나 가는 게 아니라 빠르면 유월 하순부터 시작해서 9월까지 오랜 기간을 차례로 꽃을 피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여겨진다.
꽃 빛깔이 자주색이라 자미화라고도 하는데 자주색이 핏빛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집안에는 잘 심지 않는다. '떠나간 벗을 그리워하다.'는 꽃말에 어울리게 산소나 사찰, 사당 주변에 주로 심는다. 요사이는 공원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배롱나무는 꽃, 뿌리, 잎 모두 약용이나 식용으로 쓰인다. 꽃잎은 차로 우려내거나 튀김으로 먹기도 하고 뿌리와 잎은 방광염, 이질의 치료재로도 사용된다.
번식은 삽목, 휘묻이, 포기나누기, 실생으로도 가능한데 노천 매장 후 봄에 파종하면 발아율을 높일 수 있다.
우리 고장에는 달성군 하빈면 묘골 육신사 진입로에 배롱나무 가로수가 잘 가꾸어져 있고 팔공산 기슭인 동구 지묘동 신숭겸 장군 사당 앞에 수백 년 된 배롱나무 다섯 그루가 있다.
육신사는 조선시대 초기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반대하고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실패하여 죽임을 당한 사육신을 모신 사당이다. 육신사에 얽힌 이야기는 세조의 왕위 찬탈과 단종의 유배, 사육신의 죽음만큼이나 애절하고 극적이어서 6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사육신의 한 분인 취금헌 박팽년 선생은 단종 복위가 실패로 돌아가고 세조에 의해 본인은 물론 부친과 4형제, 두 아들 모두 죽는 멸문지화를 당하게 된다. 이때 둘째 며느리 성주 이씨가 임신 중이었는데 조정은 아들을 낳으면 죽이고 딸을 낳으면 관가의 노비로 삼으라 하였다.
그후 성주 이씨는 아들을 낳았고 비슷한 시기에 여종이 낳은 딸과 서로 바꾸어 여종의 아들로 속여 키웠는데 이분이 취금헌 박팽년 선생의 유일한 유복 손 박일산이다.
그후 박일산은 조정으로부터 사면을 받고 하빈면 묘골에 자리를 잡으면서 사당을 짓고 박팽년 선생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올리게 되었다. 박팽년 선생의 현손대에 이르러 같은 사육신인 성삼문 선생 등 다섯 분의 위패를 더해 사육신 여섯 분 모두를 배향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육신들의 충절에 하늘도 감동하여 여섯 분의 혈육 중 한 분을 살리시고 그분을 통해 사육신의 충절을 후세에 전하게 한 게 아닐까 싶다.
고려 태조 왕건은 927년 후백제의 견훤과 공산싸움에서 크게 패해 목숨마저 위태롭게 되었다. 이때 신숭겸 장군은 태조 왕건을 피신시키고 왕건의 복장으로 위장한 채 싸우다 지금의 지묘동 근처에서 전사하게 된다. 그후 태조 왕건은 신숭겸 장군이 전사한 곳에 지묘사를 지어 장군의 충절을 기리게 하였다고 한다. 사당은 몇 차례 곡절을 겪어 지금은 표충사라 불리고 있다.
육신사와 표충사의 백일홍이 사육신과 장절공의 충절을 나타내듯 붉게 피어 있는 7월이다. 놀이동산도 좋고 해외여행도 좋겠지만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데리고 묘골 육신사와 지묘동 표충사에 가보자. 그곳에서 붉게 핀 배롱나무 꽃을 보며 사육신과 장절공 신숭겸 장군의 충절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자. 천 년을 관류하여 그분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충절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김남구 대구시 공원녹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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