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권의 책)'웃을 순 없잖아'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확대가족(Extended family)'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확대가족은 이혼 또는 사별로 인해 한쪽 배우자가 새로운 배우자와 혼인을 맺고 이룬 가정을 뜻한다. 이는 아이 입장에서는 두 명의 아버지, 두 명의 어머니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 학자들은 확대가족을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보고 깊이 있는 연구물까지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혼율이 급상승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통계청은 지난해 1천 가구당 3가구꼴로 이혼 가구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0.3%는 결코 적은 게 아니다. 심지어 하루 3쌍이 결혼식을 올리는 동안 1쌍은 법원에서 이혼서류를 적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이혼이라는 검색어를 넣어보면 수백 건의 글이 뜬다. 그중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 쓴 글이다.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졸지에 결손가정(요즘에는 이 용어 대신 편부모 가정이란 말을 쓰고 있다.)의 자녀가 된 사정이 구구절절 안타깝다. 이혼 가정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상담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나 때문에 부모가 이혼했다.', '내가 잘못하면 나머지 부모도 나를 버릴지 모른다.'는 죄의식과 공포감에 늘 시달린다고 한다. 부모로서 이보다 더한 악행이 있을까 싶다.

'웃을 순 없잖아'(바바라 파크 글/웅진주니어 펴냄)는 미국인 작가 바바라 파크가 새로 펴낸 책이다. 그는 죽음이나 가정의 해체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의 폭발과 화해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데 소질이 있다. 예컨대 그가 쓴 '믹에게 웃으면서 안녕'이라는 책은 자전거 사고로 어린 동생을 떠나보낸 형이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1인칭 아이의 시점으로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은 억지스럽지 않고 감정의 공유도 쉽다.

'웃을 순 없잖아!'에서 주인공 찰리는 어느날 아빠로부터 엄마와 이혼했다는 통보를 받는다. 찰리가 받은 이혼의 충격은 '부모들이 차를 타고 후진하다가 새로 산 우리 자전거를 덮쳐버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과 같다. "우리는 소리치지. 멈춰요, 멈춰. 하지만 아무도 우리 말을 듣지 않아. 울어보기도 하지만 소용없어. 부모들은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그것 역시 도움이 되지 않아."

이 책은 현실이 결코 동화와 같지 않다는 점을 일러준다. 고개를 들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라고 말하고 있다. 찰리의 아빠, 엄마는 관계를 회복시켜보려는 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혼을 선택하게 된다. 현실이란 어쩌면 그런 것이다. 아이는 조용히 읊조린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달라진 환경속에서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라고.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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