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우리 가요계의 슈퍼 스타 최희준의 '우리 애인은 올드 미스'는 밝고 명랑한 가사와 멜로디로 대히트를 쳤다. 데이트에 조금만 늦게 가도 히스테리를 부려 온종일 말도 않고 꽁해 있는 귀여운 올드 미스 애인! 젊은 여자와 인사만 해도 누구냐고 꼬치꼬치 캐물을 만큼 '강짜 새암'이 이만저만 아니다. 골머리 아프게 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덮고 남을 만큼 큰 미덕을 갖추고 있으니 어쩌랴. 덥지 않느냐, 뭘 먹겠느냐 시시콜콜한 것까지 엄마처럼 누나처럼 챙겨주는가 하면 털어주고 닦아주며 온갖 정성을 다한다.
요즘에야 달라졌지만 그간 우리 사회에선 결혼 적령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때문에 '올드 미스'는 결혼 시기를 놓쳐버린 늙은 처녀로서 부모에겐 골칫거리, 친척과 지인들 사이에선 연민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런데 이 몇 년 사이 올드 미스란 말이 쑥 들어갔다. 대신 '골드 미스(Gold Miss)'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결혼 적령기는 지났지만 안정된 직장과 경제적 여유, 자기 계발에도 열심인 미혼 여성들이다. 남성들의 배우자 선호도 1위가 일을 가진 여성으로 바뀐 요즘 골드 미스의 주가가 껑충 뛰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2006년 혼인 자료'에는 특히 35~44세의 미혼 여성 10명 중 3.5명꼴로 연하 남성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령대 여성들이 경제활동 면에서 가장 활발한 시기라는 점이 주목된다.
취업 포털 커리어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도 같은 맥락이다. 남성 직장인 10명 중 3명꼴로 연상의 배우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3~4살 연상'이 21.4%로 1순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연상녀 연하남 선호 이유로 남성은 '사회·경제적으로 기반이 갖춰져서',여성은 '젊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서'를 첫손가락에 꼽고 있다.
19세기초 프랑스 파리, 연상의 여성만 사랑하는 드메라는 청년이 어느날 쇼팽의 연인이자 소설가인 조르주 상드를 찾아가 "사랑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상드가 "샘 속에 있을지 모른다"고 답하자 드메는 당장 샘으로 뛰어들었다.
연상녀 연하남 결혼 풍조를 일컫는 '드메 신드롬(Deme Syndrome)'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문직 여성들의 증가, 편안하고 경제력 있는 여성을 선호하는 남성 심리가 우리네 결혼 지형도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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