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 인사이드)화려한 플레이? 그래도 이겨야 맛이지

국제축구연맹(FIFA)은 20세 이하 월드컵 2007대회 16강이 가려진 후 인터넷 홈페이지에 '조별 리그의 잊혀지지 않는 추억들(Group-stage momories linger)'이라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한국 청소년대표팀에 대해 "가장 뛰어나고 즐거움을 주는 축구를 했다."고 평가했다.

FIFA는 D조의 한국이 2무1패로 탈락했지만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0대3으로 뒤지다 경기 막판, 2대3으로 따라붙는 과정에서 긴박감 넘치고 흥미진진함을 안겨주었다고 칭찬했다. 국내의 반응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탈락했지만 빠르고 정교한 패스, 창의적인 플레이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뛰어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골 결정력 부족으로 16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멋진 축구를 펼쳐 보였다 하더라도 이기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4강에 올랐던 선배들의 뒤를 이으려 했던 2007년의 후배들은 멋진 경기력만 보여주고 짐을 싸야만 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였던 폴란드는 대조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한국과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폴란드는 최소 6명에서 8명까지 수비에 치중하는 플레이를 하다 역습을 노리는 작전을 펼쳤고 한 번의 역습이 성공, 골을 넣으면서 목적을 달성했다. 미할 글로비슈 폴란드 감독은 "축구는 피켜스케이팅이 아니다."라고 말해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로2004의 우승팀 그리스도 이기기 위해, 혹은 최소한 지지않기 위해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추구했었다. 그리스의 웅크린 전술 앞에 프랑스, 포르투갈 등 눈부신 공격 축구를 구사하던 팀들이 나가 떨어졌다. 그러나 그리스도 빠르고 치명적인 역습 능력을 지녔기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경기 내용도 훌륭하고 결과까지 따라온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10일 축구잡지 '월드사커'가 각국 전문가를 상대로 실시한 투표에서 역대 최고 팀으로 뽑은 1970년 멕시코월드컵의 브라질이 그러한 팀이다. '축구 황제' 펠레와 리벨리누, 자일징유, 알베르투 등이 활약했던 당시의 브라질은 환상적인 개인기와 조직력을 보여주며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4대1로 누르고 우승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준우승팀인 헝가리와 1974년 서독 월드컵 준우승팀 네덜란드도 역대 최고팀 2위와 3위에 선정됐는데 각각 화려한 공격력과 '토탈 사커'라는 독창적인 전술로 축구의 매력을 최대 한도로 재현한 팀들이었다.

2007 아시안컵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축구는 최근 평가전에서 공격에 치중하다 역습에 허물어지며 공·수의 균형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유럽의 1급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즐비한 호주는 느슨한 조직력으로 오만과 비겨 실망스런 경기를 했다. 정신력을 가다듬고 있는 한국은 좋은 경기력을 바탕으로 47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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