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인생에 대한 예의

인생에 대한 예의/곽세라 지음/쌤앤파커스 펴냄

'당신의 인생에게 사과하세요.' 광고문구가 도발적이다. 나의 인생이라. 애처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시냇가에서 수제비돌 던지듯 무심하게 살아온 삶들. 돌을 든 힘은 한 순간에 돌과 함께 물속에 가라앉아 버리고, 수면의 작은 파문마저 사라진 공허함. 그런 나의 인생에게 깍듯하게 대하라고?

서른 여섯의 여자. 웰빙 칼럼니스트에 방송인, 요가 매니저, 카피라이터인 지은이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난 영혼의 치료사 18명의 이야기다.

성난 감정을 지우개로 쓱싹 지우는 법을 알려준 소년 재호, 수십억이 넘는 호화별장을 초면에 선뜻 선물로 주었던 마르코, 조그만 플라스틱 칫솔을 건네받고는 몇 배의 감동을 돌려준 나심, 인생이라는 버스에서 뛰어내리지 말라고 당부하는 엘머 할머니···.

인생은 유리그릇같다. 깨지기 쉽지만, 잘 닦으면 영롱한 빛을 발한다. 상처받아 긁히고, 얼룩진 그릇을 입김을 호호 불어 닦도록 충고한다. 더는 삶이 아파하지 않도록, 더는 영혼을 방 구석에 가두지 말라고, 더는 자신을 내버려두지 말라고 말한다. 행복해지기 위한 연습의 첫 단계로 우선 나의 인생에 예의를 갖춰라고 하는 듯하다. 227쪽. 1만 2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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