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 '인생 가게'의 법칙

前漢(전한) 말엽의 王莽(왕망:BC 45~AD 23)은 귀족 출신이었으나 생활이 궁핍했고, 문중으로부터도 따돌림받았다. 어느 날 황실과 가까운 백부가 중병을 앓자 몇 달간 지극정성으로 병수발을 했다. 감격한 백부가 죽기 전 황제에게 왕망을 부탁하기에 이르렀고 덕분에 작은 벼슬을 얻게 됐다.

이후 왕망은 승승장구해 시중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형님이 죽자 어린 조카를 데려다 길렀다. 훌륭한 선생을 찾아 가르침을 받게 했는데 고기와 술을 마차에 싣고 가 선생을 대접할 정도였다.

조카의 결혼잔치 또한 성대하게 베풀었다. 하객들이 탄복하고 있는데 시종이 뛰어왔다. 왕망은 노모의 허리를 주물러드려야 한다며 처소로 달려갔다. 이후 시종이 또 뛰어와 노모의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왕망은 두말없이 달려갔다. 온 시중에 왕망에 대한 칭찬이 자자해졌다.

왕망은 38세에 이미 재상이 됐다. 그 어머니의 병이 위중하자 사람들이 다투어 병문안을 갔다. 왕망의 아내는 하녀나 다름없는 옷차림으로 손님들을 맞았다. 손님 모두가 또다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실상 왕망의 그간 모든 행위는 연극에 불과했다.

더이상 인심 얻을 필요가 없자 왕망은 마침내 본색을 드러내 나이 어린 황제들을 살해하여 황위를 빼앗았다. 하지만 거짓 위에 쌓은 권력은 오래 가지 않아 왕망은 재위 15년 만에 비참한 종말을 맞았다.

내남없이 '성공'이 인생의 목표가 된 세상이다. 고지에 오르기 위해서라면 권모술수도, 온갖 편법도, 속임수도 마다않는다. 도처에 카멜레온族(족)들이 널려 있는 것도 '그놈의 성공' 에 대한 끝없는 욕구 탓이다.

요즘 어느 유명 큐레이터의 거짓 행각이 들통나 우리 사회가 들썩거리고 있다.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주목받던 그녀가 무려 10년간이나 겸손과 싹싹함의 처세술 뒤로 가짜 학력을 숨겨왔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보이스 피싱 등 온갖 거짓과 사기가 갈수록 극성을 부리는 통에 수많은 사람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속이려는 사람들, 속지 않으려는 사람들 간에 보이지 않는 일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거짓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을 보니 이런 중국 속담이 떠오른다. "인생이라는 커다란 가게에 들어가 당신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지 가져라. 단 그 대가를 항상 지불할 준비를 하라. 그것이 인생이라는 가게의 법칙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