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정보와 권력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임기는 1970년대말에 10년으로 정해졌다. 그 이전에는 임기 규정이 없었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장막 뒤의 대통령'으로 불렸던 존 에드가 후버가 있다.

그는 1924년 29세에 FBI국장이 된 뒤 1972년까지 무려 48년간 재임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 사이 대통령은 8번 바뀌었다. 그 비결은 정보였다. 후버는 대통령과 실세 정치인, 유명인사들의 스캔들과 비밀을 수집, '적절하게' 써먹었다. 트루먼, 케네디 등 여러 대통령이 그를 해임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한 것도 그가 가진 정보 때문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존 F 케네디와의 관계다. 후버는 케네디의 엽색행각을 모조리 알고 있었다. 후버는 이를 당시 케네디와 경쟁자였던 린든 존슨에게 넘겼고 존슨은 이 정보로 케네디를 협박, 부통령 자리를 얻어냈다. 후버도 그 정보 덕분에 자리를 보전했다.

이후 존 F 케네디와 그의 동생으로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와 동시에 내연관계에 있었던 마릴린 먼로가 죽자 후버는 먼로에게서 케네디 형제의 흔적을 모두 지우도록 손을 썼다. 그 뒤 민권단체들이 후버의 사임을 요구하자 로버트 케네디는 다음과 같은 말로 후버에게 보답했다. "그는 앞으로도 많은 세월을 국가를 위해 봉사할 것입니다."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지만 현대의 권력은 이렇듯 정보에서 나온다.

국정원이 '이명박TF' 팀을 운영했고 그의 부동산 자료를 열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의혹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은 행자부 등 14개 기관, 17개 항목에 정보접근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재산, 병역, 출입국기록 등도 포함되어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한국판 후버'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정치사찰'이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그렇다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차명재산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해 국정원은 정보화촉진법 등 법률에 따라 합법적으로 정보에 접근한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확인할 길은 없다. 결국 국정원의 정보 열람.수집은 법으로 보장된 '음지'이지만 금지선을 넘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하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그 존재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음지를 양지로 바꾸기는 어렵다. 그 순간 정보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할 솔로몬의 지혜는 무엇인가.

정경훈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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