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정원, 검찰 수사 스스로 불러들였다

한나라당이 전.현직 국정원 간부 6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들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 조직적으로 정치사찰을 했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정치사찰은 국가정보원법의 정면 위반이고 정권의 도덕성이 걸린 문제다. 그 주장의 진위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2년 만에 또 국가최고정보기관의 전'현직 수장이 검찰에 불려 나가야 하는 사실 자체가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 국정원은 2005년 이른바 '안기부 X파일'사건으로 전직 원장 6명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는 치욕을 당하고도 다시 정치사찰의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이번 사태 역시 국정원이 자초했다. 국정원이 왜 부패척결인가. 무엇 때문에 TF 같은 특별기구를 만드는가. 국가 이익을 위한 고유업무라고 주장하지만 억지소리다. 국정원의 본업은 첫째도 둘째도 국가안보다. 부패 비리 문제는 사정기관의 고유업무일 뿐이다. 이번에 야당의 항의를 받자 그간의 부패척결 업적이라고 내세운 다단계업체 JU 정보 수집, 조직폭력배와 공직자 유착 비리 적발 따위는 국정원 소관 밖의 일이다. '부패척결TF'를 '이명박TF'로 연결짓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귀에 들어오고 국정원의 해명이 어설프게 들리는 이유다.

이미 국정원은 이 전 시장과 그 친인척의 신상자료를 불법으로 뒤졌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적 중립 훼손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 수사를 통해 국정원 직원이 행자부에 적어도 한차례 이 전 시장이나 친인척 자료 검색을 요청해 열람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마지못해 실시한 국정원 자체 감찰에서도 5급 직원이 이 전 시장 처남의 부동산 기록을 열람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치인 뒤를 캐는 짓은 잘못이라는 걸 국정원 스스로 너무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의심스런 TF를 운영하고 야당 후보를 뒷조사한 데는 필시 무슨 곡절이 있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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