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新성장동력 E-클러스터] ③유럽의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집열판 덮인 지붕-차도보다 넓은 자전거 도로

네덜란드 아메르스포르트(Amersfoort)시. 이름도 생소한 이 도시는 풍경도 생소하다. 처음 아메르스포르트시를 찾은 이방인이라면 대개 집집마다 번쩍번쩍 태양광 집열판을 달고 있는 데 놀란다. 네덜란드라고 해서 풍차가 일렬로 늘어선 모습만 상상했던 이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지붕들은 거의 예외없이 대형 태양광 집열판을 얹어두고 있어, 푸른 잔디와 파란 지붕유리라는 멋진 풍경을 만들고 있다.

이방인들이 다음으로 놀라는 것은 도로의 형태다. 자동차 주행로 옆에는 언제나 차도보다 넓은 빨간색 도로가 있다. 그것이 자전거 도로라는 것을 알면 또 한번 놀란다. 그리고 그제야 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유달리 맑은 공기의 비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메르스포르트시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남동쪽, 자동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중소도시다. 이곳이 유명세를 탄 것은 1990년대 초.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도시로 자리 잡았기 때문. 이 도시의 관공서 건물은 물론이고 수많은 일반주택 지붕에까지 태양광 집열판이 달려 있다.

더욱이 아메르스포르트시는 2004년 시 북쪽 외곽에 위치한 뉴랜드(Nieuwland) 지역까지 태양광 주거단지로 만들었다. 주거단지 외곽은 푸른 물이 휘감고 곳곳에 녹색 숲들이 펼쳐진 이 지역도 건물 지붕은 온통 태양광 집열판 천국이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햇빛에서 얻고 있다.

햇빛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덕에 이곳은 깨끗한 자연 외에도 저렴한 생활비를 얻었다. 모든 에너지를 태양에서 공짜로 얻어 쓰기 때문에 이곳에는 전기료 고지서가 필요 없을 정도. 이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501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에는 전체 1.3㎿ 용량의 태양광 집열판이 있어 햇빛으로만 에너지를 만들어 쓴다."고 자랑했다.

또 이 마을 역시 자전거 천국이다. 마을 사람들의 주요 수송 수단이 자전거이기 때문에 차도 폭보다 붉은색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더 넓다. 전 지역이 30㎞ 이하 구간인 데다 주차장도 마을 중앙 스포츠센터 한 곳에만 있다. 인구가 1천600만 명인데 반해 자전거가 1천800만 대나 되는 '자전거 나라'다운 이 발상은 자동차를 몰고 온 기자에게 자전거 운전자보다 차량 운전자가 이동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이 마을 유치원 교사인 반 더 바르크 씨는 "네덜란드가 자전거 왕국이 된 것은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 파동을 호되게 겪으면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자전거를 선택하게 됐기 때문이다."며 "신재생에너지 마을인 이곳도 자전거 중심으로 도시 계획이 짜였다."고 했다.

특히 건물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매달린 태양광 집열판이 이 마을의 대표적인 볼거리. 지붕이 있어야 할 자리에 태양광 집열판이 대신한 건물, 아예 창문에 차양 장치로 활용한 태양광 집열판과 다양한 각도로 부착한 각양각색의 집열판 등이 장관이다.

암스테르담 북쪽에 위치한 히어후고바르트(Heerhugowaard) 주택단지도 뉴랜드를 뛰어넘는 태양광 주택단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조성 중이다. 119만여㎡ 규모의 이 주택단지도 물의 나라답게 호수에 둘러싸여 있고, 곳곳에 녹지공간이 들어설 계획.

이 나라 사람들은 이곳을 'STAD VAN DE ZON'이라고 부른다. 태양의 도시(City of Sun)라는 뜻이다. 단지 내 대부분 건물에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되며, 총 태양광발전 용량이 3.5㎿가량으로 유럽 최대 규모의 태양도시가 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도시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지구환경 보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리우 회의가 열렸다. 당시 지구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행동계획을 담은 리우 선언문에서 가장 주목을 끈 단어는 '에코시티(Eco City)'였다. 생태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이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미래형 친환경도시라는 에코시티는 전 세계로 이름을 널리 알리며 많은 도시들이 이 명찰을 달았다.

에코시티는 '자연 에너지'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로 사용 증가로 인한 환경공해를 해소하고자 도시에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를 모두 햇빛, 바람, 물과 같은 '자연 에너지'로 활용하겠다는 것. 때문에 요즘은 신재생에너지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10여 년이 흐른 요즘 우리나라도 에코시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새로 조성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및 혁신도시, 신도시는 모두 에코시티로 만들 계획이라고 선언했고, 2012년까지 총 1천432억 원을 투자해 에코시티 모델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토지공사는 국비 870억 원을 지원받아 국내 최초로 경기 평택 소사벌지구를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시범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304만여㎡에 조성될 이 신재생에너지 도시는 내년 3월 첫 삽을 뜬 뒤 2011년 12월쯤 모습을 드러낸다.

네덜란드 아메르스포르트시에서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신재생에너지 쓰는 친환경도시들

전 세계에서 유명한 친환경도시들은 대부분 환경오염을 극복한 도시들이다. 이들 도시들의 공통점은 환경공해를 유발하는 화석연료 대신 바람과 햇빛 등의 자연 에너지를 적극 활용했다는 것.

독일의 친환경수도로 불리는 프라이부르크시는 1970년대 말 대기오염과 산성비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후 주민과 당국은 이산화탄소와 각종 공해유발물질을 내뿜게 하는 화석연료 대신 태양과 풍력으로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등 환경보전에 적극 나선 결과 세계적 친환경도시 반열에 올랐다.

일본 규슈 북단 기타큐슈시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광화학 스모그 경보가 발령됐던 공해도시였다. 30여 년 전 이 도시의 도카이만 바다색은 짙은 회색빛을 한 죽음의 바다였다. 또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공장 굴뚝에서 나온 일곱 빛깔 연기들이 하늘을 뒤덮었을 정도.

이후 기타큐슈가 환경도시로 재탄생한 비결 중 하나는 모든 산업 생산물의 폐기물을 다시 원료로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 각종 공해를 유발했던 화석연료의 사용이 줄어들면서 차츰 도시는 회색빛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브라질의 쿠리치바시도 1970년대 초 인구 급증으로 환경파괴 위기를 겪은 뒤 지금은 자전거와 보행자의 천국이 됐다. 자동차의 매연이 사라지고 1인당 녹지면적이 53㎡에 이르는 등 녹지공간이 늘어나면서 도시는 쾌적해지기 시작했다. 또 도심에 28개의 공원이 있는 등 도시의 20%가 녹지공간인 쿠리치바시는 시민이 녹지공간을 확보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쓸 정도로 모든 정책이 친환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이민 인구의 급증과 도시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에 시달린 뉴질랜드 와이타케레시도 자연 에너지를 바탕으로 지금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전원도시가 됐다. 시는 빗물과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환경친화 주택인 '그린하우스'를 적극 보급했다. 또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생활하수를 식물용수로 재활용하는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한 것이 살기좋은 와이타케레를 만든 비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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