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억대 낙찰계 사기 잇따라…면소재지 '발칵'

영덕 영해 수십억대 계주 잠적 사건 또 터져

영덕 영해면 지역이 낙찰계로 쑥대밭이 됐다.

인구 1만여 명인 면소재지에서 불과 한 달여 만에 수십억 원의 낙찰계 사기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지역경제가 거의 마비상태에 이른 것. 피해자 상당수가 영세 상인들과 시골 촌로들이어서 충격이 더하다.

◆피해상황

영덕경찰서는 19일 피해자들의 고소에 따라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과 주민 제보에 따르면 피해액은 30억~40억 원.

계주 P씨(54·여)가 계원 40~60명으로부터 1인당 월 60만~100만 원씩 받는 낙찰계를 10계좌 정도 운영하다가 최근 잠적했다는 것. P씨는 10여 년 전부터 낙찰계를 운영하면서 만기일에 돈을 지급하지 않거나 자신이 수령하는 방법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P씨는 그동안 계를 운영해오면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계원과 계좌를 늘려 돌려막는 방법을 동원,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0일에도 J씨(48·여)가 수십 명의 계원들에게 4억여 원의 피해를 입힌 뒤 달아났으며 지난달 28일에는 10여년 전부터 낙찰계를 운영하면서 계원 수십 명의 돈 10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S씨(48)가 구속됐다.

◆마비된 지역경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피해자만도 줄잡아 수백 명. 한 집 건너 한 명씩 피해자가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또 시골 경제 규모에 비해 피해 금액이 적지 않다 보니 파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계원들 대부분이 시장의 영세 상인들이어서 피부로 느끼는 피해 정도는 더욱 크다. 때문에 지역 경제는 물론 가정 파탄도 우려되고 있다.

이 지역은 3년 전 모 신용협동조합이 부실대출 등으로 수십억 원의 적자를 내 중앙회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고 문을 닫는 바람에 주민들이 대출금 일시상환 등의 압박을 받아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의 홍역을 이미 치른바 있다.

주민 김모(65) 씨는 "외상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이달 말쯤 갚기로 했는데 낙찰계 사기사건이 터져 어디 가서 돈을 구할지 모르겠다."며 발을 굴렀다.

◆불안에 뜨는 주민들

잇단 낙찰계 부도 사건으로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자신 또는 집안의 친인척, 이웃들이 가입한 낙찰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다. 구멍가게를 하는 김모(69) 씨는 "혹시나 싶어 낙찰계 계주에게 '우리 계는 문제 없느냐?'는 문의 전화를 매일 하다시피 한다."고 했고 야채장사를 하는 박모(65) 씨도 "장터 상인들끼리는 '밤새 별일 없었느냐?'고 묻는 게 아침 인사가 됐다."고 했다. 한 주민은 "농협에 정기적금을 든 이웃에게 낙찰계 수익금이 높다고 권했는데 부도가 나 볼 낯이 없다."고 했다.

◆낙찰계 왜 선호하나

순번이 미리 정해지고 불입액이 일정한 번호계와 달리 낙찰계는 계원이 매달 모여 전체 불입금 한도 내에서 희망금액을 적어낸 뒤 이중 가장 적은 금액을 써낸 사람이 돈을 타는 방식. 급전이 필요한 사람 등이 낮은 금액을 써 넣기 때문에 제대로 운영될 경우 일반 금융권의 이자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또 대출 보증인 등을 요구하는 금융기관과는 달리 낙찰계는 이러한 까다로운 절차도 없다. 서로 잘 아는 사람들끼리 하는데다 금융기관을 방문하는 번거로움도 없어 금융기관이 없는 시골 동네일수록 더욱 성행하고 있다.

영덕·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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