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기업 또 명퇴 칼바람

대구실업급여자 다시 증가세…구미 대기업서 특히 두드러져

김모(44) 씨는 지난 4월 말 18년 동안 몸담았던 구미 LG의 한 계열사를 나와야 했다. 경영 실적 악화로 인한 60명 '명예 퇴직(명퇴)' 명단에 포함된 것. 김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명퇴를 하면 반발이 심했지만 지금 같은 사회 분위기에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회사에서 2년 전쯤부터 꾸준히 희망 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최근 지역 제조업체에 감원 바람이 몰아치면서 명퇴로 고용시장에 내몰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LG나 삼성 등 구미의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대구나 구미 지역 협력업체들에게도 연쇄 감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대구지방노동청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대구의 제조업체 가운데 경영 악화나 폐업 등 회사 사정으로 퇴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이 올 상반기 3천943명으로 지난해 상반기(1~6월) 3천869명에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지난 2005년 상반기 5천133명에 이르렀으나 이후 급감했다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

특히 구미 지역에선 실업 급여 신청자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제조업체의 경영 악화나 폐업 등 회사 사정으로 퇴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이 2004년 상반기는 850명에 불과했지만 2005년엔 1천985명, 2006년 2천632명으로 급증했고 올 상반기에도 3천403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즐거워야 할 휴가철이 지역 근로자들에겐 어느 때보다 불안한 휴가철로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 다니는 김모(34) 씨는 "이번 달 말까지 구조조정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등 회사원들이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주제가 인원 감축"이라며 "8월 초에 3일간 휴가를 잡았는데 어느 때보다 불안하고 심리적 압박감이 심하다."고 했다.

권오관 갬콤 대외본부장은 "구미 지역 대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물량이 줄고 원가 관리를 하게 된다."며 "그럴 경우 대기업 직원뿐 아니라 지역의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들도 어쩔 수 없이 연쇄 감원 바람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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