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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박영희 作 '아내의 브래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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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브래지어

박영희

누구나 한 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 일으켜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길고 어두운 80년대의 정치적 터널을 온몸으로 기어서 통과해온 이. 독재 권력과 맞선 오랜 감옥 생활 동안 홀로 가정을 꾸려왔던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의 착잡한 감정이 여기에 깔려 있다. '브래지어'란 은밀한 단어에 이끌려 시를 읽다간 호되게 뒤통수를 맞는다.

전라도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한동안 살았던 박영희 시인. 경상도 사내들은 죽으면 죽었지 아내의 브래지어를 빨지 못하더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일까. 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나도 '호크'를 풀어본 적은 있어도 빨아본 적이 없구나.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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