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본 칼럼을 통해 소개한 프랑스 18세기 철학자 디드로. 표현이 좀 그렇지만 요즘 말로 하면 그는 '틈새시장' 공략에 있어 '원조'격일 것이다. 이유는 그가 예술비평을 본격적으로 문학의 장르에 편입시켰고, 그런 의미에서 '예술비평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 있다.
그는 백과전서를 작성·편집하던 중 절친한 친구에게 루브르 미술전시회 평을 써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예술비평이란 문학과 예술, 이 두 가지에 있어 하나의 중간지대라 할 수 있지만, 예술비평가는 이 두 영역을 다 알아야 하는 힘든 작업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디드로가 예술에 대해 지닌 것이라고는 백과전서의 미술 관련 항목들을 작성하기 위해 뛰어다닌 화가들의 아틀리에에서 얻은 지식뿐이었다. 온 유럽의 미술관에 흩어진 그 많은 과거 거장들의 작품들을 볼 수도 없었고, 작가나 작품에 대한 지식도 갖춘 것이 없었으며, 체계적으로 미술을 공부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다 활용했다. 엄격해야만 하는 철학자였던 그는 예술작품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할 필요를 느꼈다. 이와 같이 거리낌 없이 자신의 내면을 다 내보이기 위해 그는 비평작품에서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 선택은 능란한 전술과도 같다. 혹시라도 돌아올지 모르는 다른 비평가들의 비난이나 화가들의 아우성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예술이 문학과 마찬가지로 현실이 아니라 픽션이라는 점을 깨우치게 된다. 이 깨달음은 그에게 문학의 다양한 장르를 비평에 이용하게 한다. 그는 비평을 콩트·희곡 등으로 대체하기도 하고, 비평에 여담과 일화를 섞기도 한다. 즉 자신의 독자들을 미술전시회의 따분한 칸막이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물론 자신이 모르는 다른 장르에 대해서도 노력을 해야 하지만, 틈새에 있는 어떤 것에 대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자는 일단 자신의 장르에 있어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추어야 하고, 그 다음에는 그것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무한경쟁의 시대이고 극심한 생존경쟁의 시대이기에 틈새시장을 많이 찾게 되는데, 예술비평에 대한 디드로의 성취가 주는 이 교훈은 그러한 시도를 할 우리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귀감이 될 수 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우연히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능력이라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그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
백찬욱 (영남대 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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