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트랜스포머'의 한여름 관객몰이가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로 변신한 샘 윗윗키의 가디언 '범블비'와 '옵티머스 프라임', 디셉티콘인 '메가트론'…. 트랜스포머엔 이처럼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한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애니메이션으로나 구현할 수 있었던 변신로봇의 모습을 실사그래픽으로 처리,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런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곳이 있다. '배틀로봇' 경기다.
"8비트짜리 컴퓨터가 대학에 들여온게 80년대초였어요. 그때 컴퓨터를 개인이 소유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되었습니까. 이젠 개인 PC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 됐습니다. 로봇산업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생각해요. 로봇산업은 컴퓨터산업보다 몇 배 더 가치창출을 할 정도로 커질 수밖에 없어요."
대구공고 '배틀로봇동아리' 지도교사인 이준구 교육정보부장은 로봇산업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로봇산업의 초기에 뛰어든 사람은 10년 후 로봇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한다.
전투로봇을 이용한 로봇전쟁 게임인 '배틀로봇(Battle robot)' 경기는 2000년대 초반 국내에 도입됐다. EBS방송이 2005년 배틀로봇을 제작, 게임을 하는 '로봇파워' 프로그램을 정규방송으로 편성하면서 배틀로봇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로봇파워 프로그램은 올 7월 들어 100회째를 맞이했고 5연승한 팀을 5번 배출했다.
대구·경북지역은 로봇산업에 대한 관심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배틀로봇 제작 수준은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편. 배틀로봇 대회에 출전한 팀도 극히 드물다. 로봇을 제작하는 몇몇 일반인 동호회와 영남이공대의 배틀로봇 동아리 정도가 꼽힌다.
고교에서는 대구공고가 동아리를 만들어 지난해 첫 배틀로봇을 제작했고 올 가을 대회출전을 목표로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회장을 맡고있는 반금오(전자기계과 3년) 군은 "일단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지만 1승을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레고만들기를 좋아했는데 배틀로봇은 뭔가 있어보이고 로봇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준구 지도교사는 "고등학생이지만 기계과와 전자과 학생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어서 (배틀로봇) 설계에서부터 제작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라면서 "지난해 만든 배틀로봇을 개조한 잔디깎는 로봇으로 대구시 창의로봇대회에서 입상도 했다."고 자랑했다.
대구공고는 교장선생님의 지원 외에도 경북대의 누리사업 학교로 선발돼 매년 300만~400만 원을 지원받고있어 다른 고교에 비해 여건이 좋은 편. 이 교사는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아이들의 꿈은 배틀로봇대회에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이공대 로보테크과의 김우현 교수는 "한 두번 배틀로봇 대회에 나가서는 1승하기가 어렵다."면서 "요즘 출전하는 배틀로봇은 무기동력도 300W짜리 파워가 2개씩이나 들어가는 등 대단하기 때문에 10여 차례 이상 출전, 상대팀들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이공대에는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로보테크과가 있다. 로보테크과 학생들이 주축인 '배틀로봇 동아리'는 지난해와 올 초 두차례 배틀로봇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다. 그러나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처음에는 다른 팀들의 수준을 잘 모르고 나갔다가 첫경기에서 로봇이 부서졌고 두 번째 나갔을 때는 상대로봇이 함정에 빠져서 한 번 이겼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는 형편없이 졌어요." 올 가을 재출전하기 위해 방학을 이용, 기존 로봇의 무기 등을 개선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배틀로봇을 만들려면 전기 전자·기계 등을 다 알아야 한다."면서 "기계를 전공한 학생이 설계에 따라 동체를 깎고 다듬으면 전기·전자를 전공한 학생들이 '알고리즘'을 넣어서 로봇이 움직이도록 신경을 넣어준다."며 "요즘은 무기도 강력해져서 웬만한 방어체제를 갖추지않으면 한 번 맞으면 망가져 버린다." 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구에서도 대구공고와 서부공고 등 여러 학교들이 각각 배틀로봇을 제작, 지역고교대항 배틀로봇리그를 시작해서 저변을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배틀로봇에 관심있는 고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실제로 대구공고 학생들은 2주마다 토요일이면 영남이공대에 가서 로봇교육을 받고있다.
글·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 배틀로봇대회는… 연승하면 일부 대학 입학전형 가산점
▶어디서 열리나
EBS가 주최하는 배틀로봇대회는 매주 인천시 남구청에 설치된 상설경기장에서 치러지고 있다. EBS 외에 인천남구청 등 지자체와 관련부처에서 주최하는 전국배틀로봇대회도 매년 열린다. 요즘 배틀로봇대회에는 대학과 고교동아리 외에 개인출전자들도 꽤 있다.
▶경기장 규격은
배틀로봇경기장의 규격은 가로 세로 10m의 사각형이며 바닥은 철판재질로 되어있다. 경기장 내부에는 함정과 해머, 수직펀치, 회전구역, 드라이아이스방출구 등의 로봇공격 구조물들도 설치되어 있다.
▶로봇은
대회에 참가하는 로봇은 무게가 33kg미만이어야 하고 원격수동조정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 로봇의 재질과 형태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무기가 튀어나온 돌출형이나 납작한 원통형 등 다양하다. 로봇의 구동동력은 모터 외에 내연기관(엔진)도 사용할 수 있다.
▶경기규칙
KO상태가 되면 패배다. 20초 이내에 50cm이상 이동이 불가능하거나 경기장의 함정에 빠지면 KO상태다. 함정에 빠졌다가 3초 이내에 나오면 경고만 받고 경기를 계속할 수 있다.
경기시간 종료 후에도 결과가 나오지않으면 심사위원이 경기주도성과 공격력, 파손상태 등을 감안해 판정한다. 판정결과 동점으로 나오면 3분 이내의 연장전을 하기도 한다. 로봇은 경기상태 그대로(충전이나 수리불가) 재출전해야 한다.
▶상금 및 특전
1승하면 100만 원의 상금이 있다. 5연승 땐 500만 원. 연승할 경우 입학전형에서 가산점을 주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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