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서오이소! 2007 경북방문의 해] (28)경산·영천

낮에는 역사 체험, 해지면 별나라 여행

푹푹 찌는 더위.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숨이 막히고 전신이 땀에 흠뻑 젖는 상황이라면 일단 탈출부터 하고 보자. 어디로 갈까? 더위를 피할 만한 곳은 모두 사람과 차에 치이는 때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면 영양가 있는 피서를 할 수 있다. 이번 주 '어서오이소 경북 2007'이 소개할 곳은 경산과 영천 지역.

차 타고 몇 시간 동안 달리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 교육이 될 만한 장소도 많다.

◆역사 배우기

경산 지역의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면 일단 영남대학교 박물관을 먼저 찾아보자. 이 박물관에는 대구와 경산 지역에서 발굴·조사하고 있는 신라·가야 유물 2만 2천여 점이 11개의 전시실과 로비, 야외에 전시돼 있다.

로비에는 높이 6m의 광개토대왕비 비문의 탁본이 원형 그대로 있다. 광개토대왕비는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 있는데 지금은 유리로 둘러쳐져 있으며 한국인의 접근이 제한돼 있어 이곳에서 탁본을 보며 고구려의 위상을 되돌아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곳 중 하나는 임당 유물전시실. 영남대 박물관이 1982년 임당동 고분을 대대적으로 발굴하면서 출토한 유물을 이곳에 전시해 놓고 있다. 임당동 유물은 삼국시대 당시 신라에 복속돼 있으면서도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압독국의 생활상을 잘 나타내 준다.

전시된 유물 중에는 철검 등의 무기류와 왕관도 있다. 압독국이 세련된 주조기술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고분에서는 순장의 흔적도 남아 있다. 왕의 권위가 절대적이었다는 증거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다만 오는 17일까지 내부 공사로 휴관하고 있어 매주 목요일만 입장 가능하다.

박물관에서 임당 전시 유물을 봤다면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고분을 직접 찾아 현장을 확인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난다. 안내 표지판이 제대로 없어 찾기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큰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동네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포도 수확 체험과 계곡 즐기기

경산은 전국 최대 하우스 포도 재배단지. 120여 농가가 58ha에 재배한다. 남산면 전지리에는 지금 막바지 포도 수확이 한창이다. 자기가 먹을 포도 송이를 직접 따서 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고를 때는 애써 가꾼 포도가 상하지 않도록 주인의 안내를 받는 것이 필수. 이곳에서 나는 포도는 알이 굵고 당도가 높아 서울, 부산으로 많이 팔려 나간다. 석진태 씨가 운영하는 남산포도원은 시중 대형 매장에 납품하는 가격으로 판매하는데 2kg 한 상자(굵은 포도 3송이 정도)에 1만 4천 원. 하지만 시세는 수확량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도 염두에 둘 것. 8월 중순부터는 노지 포도가 나오는데 가족들이 먹을 포도를 직접 따보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단다.

내가 딴 포도를 갖고 자동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영천 신녕면 치산계곡으로 달려가보자.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포도송이를 담가 두었다가 널찍한 바위에 드러누워 먹는 맛은 일품이다.

치산계곡은 입구에서 공산폭포 위까지 5km에 걸쳐 있다. 팔공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맑고 차가워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아침에 일찍 찾으면 비교적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수도사 위쪽 공산폭포 부근으로 가는 것도 현명한 방법.

속살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물길이 도심에 찌들고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준다. 반두를 가지고 가서 피라미를 잡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창 피서철에 이름있는 계곡에서 호텔같이 여유롭고 우리 가족에게만 안락한 분위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점을 미리 각오할 것. 하지만 7월 말~8월 초만 피하면 큰 무리는 없다. 다만 계곡 입구에서 마을청년회가 쓰레기 수거 및 계곡 관리를 위해 차량 1대당 1천 원의 입장료를 받는 것은 이해를 하더라도 본격적인 계곡이 시작되는 수도사 입구에서 문화재 관람료 명분으로 다시 입장료(어른 기준 1인당 1천500원)을 받고 있어 간혹 실랑이가 일기도 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볼거리

팔공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창문을 열고 국내 최대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으로 향해 보자. 천문대 입구 정각리 별빛마을까지는 1시간 정도.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자체가 볼거리이다. 30분쯤 가면 정부등록 1종 미술관인 시안미술관이 있다. 폐교를 리모델링했는데 전국에 이름을 떨치고 있으니 들러볼 만하다. 이곳은 단체로 찾는 것보다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찾는 게 더 분위기 있다고 한다. 대구-포항고속국도 북영천IC에서 가깝다.

입장료가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것. 어른 3천 원, 대학생 2천 원, 청소년(6~19세) 1천500원. 매월 2·4주째 월요일은 휴관한다.

여기서 보현산 천문대로 올라가는 것도 1시간 거리다. 봄에 가면 벚꽃길이 멋지단다.

화북면사무소 옆에 있는 자천교회를 찾아보는 것도 별미. 1903년에 선교사 어드만에 의해 세워졌으며 온돌방 구조로 가운데에 칸막이로 남녀 자리가 구분돼 있는 것이 특징. 지금도 입구에 한자로 '예배당'이라고 된 현판이 있다.

영천시는 천문대의 협조를 얻어 '별빛 축제'를 11·12일 이틀간 자양면 청소년 야영장에서 연다.(박스기사 참조)

별빛마을에서 영천댐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는 포은 정몽주를 모신 임고서원이 있다.

◆먹을거리

경산 남산면 포도밭 인근과 자인면 소재지에는 이름난 고깃집들이 많다. 영천 화북면 소재지에서 별빛마을 방향으로 가다가 10분 거리에 있는 닭·오리 백숙 전문점 정각농원(054-336-2930)도 가볼 만한 곳. 저수지에서 잡은 뻘새우를 조려 내주는 것이 일품. 원하면 항아리째 내주는 인심도 맛볼 수 있다. 요리를 하는 사이 주인이 밭에서 캔 부추로 부침개를 구워주기도 한다. 백숙 한 마리 3만 원. 백숙이 부담스럽다면 칼국수와 닭계장을 잘하는 심사네식당(054-335-1544)도 권할 만하다. 칼국수 4천 원, 닭계장 5천 원.

영천댐 부근 붕어찜과 구이도 여름철 입맛을 돋운다. 영천댐식당(054-336-8015), 자양식당(054-336-9014), 강산회식당(054-336-8048), 남일식당(054-338-1187)이 있다. 붕어회 4, 5인용 기준 4만 원, 매운탕 2, 3인용 2만 5천 원 선.

여유가 있다면 도시락과 간식을 싸갖고 가서 시안미술관 그늘에서 먹는 맛도 괜찮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이번 주 체험순서

영남대박물관-임당 조영동 고분-포도수확체험-치산계곡-보현산천문대-영천댐

*'어서 오이소' 다음 주(8월 4,5일)코스는 영덕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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