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다이야기' 또 고개드나…비밀영업 조직 늘어

버리듯 처분하던 중고기계가 최근 대당 100만원까지 육박

지난해 8월 대구에서 '바다이야기' 게임장 3곳을 운영하다 경찰의 단속으로 채 한 달도 안돼 문을 닫았던 S씨(43)는 최근 자신에게 게임기를 팔았던 업자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당 770만 원이나 주고 산 바다이야기 게임기를 32만 원에 내다 팔아야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게임기를 구하지 못해 70만 원대로 다시 뛰는 등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는 얘기였다. S씨는 "당시 650만~750만 원 하던 게임기를 30만 원대에 버리다시피 팔았는데 값이 다시 올랐다는 얘기를 들으니 황당하다."고 했다.

사행성 오락기 값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7월 5일부터 시작된 경찰의 대대적인 바다이야기 게임장 단속과 게임기 제조업자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실형 선고로 바다이야기 영업장이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비밀 영업을 하는 곳이 속속 생기면서 오락기 값이 다시 뛰고 있는 것.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단속된 사행성 오락실 및 PC방은 모두 2천64곳. 이 중 바다이야기를 포함한 성인오락실이 1천365곳, 컴퓨터를 이용한 도박장이 669곳이었다. 성인오락실만 한 달 평균 100곳을 단속한 셈이다. 압수한 게임기와 컴퓨터만 각각 1만 863대, 1만 2천244대였다. 실제 지난 2002년 대구에 처음 등장한 바다이야기는 2006년 상반기에 절정을 이뤄 웬만한 규모의 상가는 바다이야기 게임장으로 임차될 정도였지만 경찰의 단속 철퇴를 맞고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경찰의 단속망을 피해 목장이나 공장, 다방, 정수기 대리점 등으로 위장, 신분이 확인된 손님만 받는 방법으로 운영하는 '비밀 영업'이 성업하면서 또다시 단속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사슴목장 창고(칠곡), 안경공장(대구 북구 노원동) 등지에서 바다이야기 게임기를 들여놓고 회원제 영업을 하던 업주가 구속되는 등 최근 3개월 동안 106건이나 단속됐다.

이처럼 사행성 게임이 음성적으로 성업하면서 오락기도 '귀한 몸'이 됐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쓸모가 없어져 애물단지가 됐던 오락기들이 뒷거래되기 시작, 정품의 경우 9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관련 업자들에 따르면 주로 서울 영등포, 용산 등지에서 오락기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게임기 수가 한정적인데다 비밀영업을 준비하는 업자들이 단속에 대비, 최대한 많은 양의 오락기를 확보하려하기 때문에 조만간 거래가가 100만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비밀영업을 하더라도 1주일 정도면 충분히 본전을 뽑기 때문에 오락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장운환 대구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지난해 7월부터 단속에 나서 압수한 오락기와 컴퓨터 하드웨어만 2만 대가 넘는다."며 "단속에 따른 오락기 품귀현상 탓에 오락기가 반짝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지만 유통경로를 철저하게 단속하기 때문에 이들이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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