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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광장] 불혹, 시대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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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나이를 속인 몇몇 연예인들의 실제 나이를 밝힌 글이었는데, 많은 연예인들이 젊고 발랄한 이미지를 위해서 자신의 나이를 적게는 한두 살, 많게는 대여섯 살까지도 낮춘다는 내용이었다.

비단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 가운데도 특히 여성들은 나이를 줄여 말하는 경험들이 적지 않다. 우리 사회가 '나이 많음'을 늙고, 무력하고, 무능하고, 無性(무성)한 것으로 규정하고, '나이 적음'을 젊고, 강하며, 능력있고 섹시하게 바라보는 탓이다.

이런 시선에 길들여지다 보면 '나이'는 자주 당황스럽고 몸 둘 바를 모르며 염치없어지기 쉽다. 경륜과 지혜의 상징으로서가 아니라 젊고 섹시한 기준에서 '나이'를 보게 되면, '어느 시기'를 지나는 순간 나이는 한두 살 줄여서 대답해야 하는, 혹은 대충 얼버무려 48세라도 40중반이라고 대답해야 하는, 고무줄 놀음이 된다. 이 '어느 시기'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진퇴양난, 암중모색, 대략난감한 40 즈음이 아닌가 싶다.

시인 강윤후는 '불혹, 혹은 부록'이라는 시에서 이런 40대의 심정을 쓸쓸하게 읊조린다. 공자가 말한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는 그는,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이 시를 읽으면서 40대는 잔뜩 쓸쓸해진다. 가수 양희은은 '내 나이 마흔살에는'이라는 노래에서 '날아만 가는 세월이 야속해 붙잡고 싶었다.'고 소리친다. 노래만 들으면 더 이상 화려한 세월은 오지 않을 것 같은 절망마저 느껴진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부록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번외편이다. 그러나 삶의 무게로 휘청대는 40대의 삶을 반추해보면 불혹이라는 말도, 부록이라는 말도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40대의 삶이 삶의 본편이 아니라면 어느 세대의 삶이 본편이란 말인가? 생각해보면 삶의 매순간이 본편이 아닌 때가 있던가?

마침 나이 마흔이면 꼭 짚고 넘어가는 불혹이라는 말에 유쾌한 반기를 든 아줌마들이 있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서 영 떠나질 않는다. 미니스커트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다른 세대를 제치고 무릎위 10cm 미니스커트를 가장 많이 입는다는 40대 아줌마들이 그들이다.

나노 미니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무릎 위 10cm라면 얌전할 것도 같지만, 몸빼바지와 월남치마, 1년은 갈 것 같은 뽀글파마를 연상케 하는 예전의 40대 아줌마를 생각하면, 미니스커트 입는 40대 아줌마의 모습은 불혹이라는 시대의 오류에 대한 유쾌, 통쾌, 발랄한 항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아줌마들이 우리나라 40대 아줌마들을 대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들 아줌마들은 "왜 40인데도 불혹이 안 되지?"하면서 괜히 자유로운 마음을 억압하려 들거나 자신의 인생을 일찌감치 접고 부록으로 사는 아줌마들은 아닐 것이다.

개중에는 얼굴뿐 아니라 피부·몸매 등 과다한 성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아줌마들도 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개척하는 아줌마들임에 틀림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일찍 결혼해서 중학생 아이를 둔 친구들은 "내가 이 나이에 이럴 줄 몰랐다."며 당황스런 '존재의 발견'을 고백한다. 학창시절, 공자의 말씀인 '30-而立(이립)' '40-不惑(불혹)' '50-知天命(지천명)' '60-耳順(이순)'이라는 정답 패키지를 외우면서, 우리는 40이 되면 저절로 강철 같은 의지가 생겨서 부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철의 여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40대들은 왜 불혹이 되어야 하는데 안 되는 거냐고 묻는다. 이런 우리에게 공자가 되살아난다면 아마도 이렇게 대답했을 것 같다. "내가 살았던 2천500년 전의 나이 40은 2007년 한국에서의 100세와 같다. 그래서 50이 돼도, 60이 돼도, 70, 80이 돼도 절대로 불혹은 안 될 것이니, 마음에 혹할 일 찾아 인생 적극적으로 살아보아라."

'이럴 줄' 안다고 해서 바람이 난다거나 천박하다거나 지혜가 없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공자가 설파한 '불혹'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불혹' 대신 '이럴 줄'에 인생을 건 40대는, 인생을 액티브하고 멋있고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 때, '나이'는 더이상 권력이나 폭력, 부끄러움이 아니라 진정 숫자에 불과해질 것이다.

최경화 경북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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