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 세계육상대회는 대구의 기회

베이징, 올림픽 후 월드도시 야심…대구도 침체 분위기 쇄신 계기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 초청으로 지난 8일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D-365일 행사를 다녀왔다.

행사 기간 베이징 시내를 둘러보았는데 천지가 진동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년 올림픽에 대비, 건설되고 있는 메인스타디움 등 각종 경기장의 건설 현장에는 밤낮이 따로 없었다. 하루 종일 포클레인 소리가 울렸고, 구슬땀을 흘리는 노동자들을 볼 수 있었다. 중국은 올림픽을 계기로 '대국'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자랑하려고 작심한 듯 경기장 등 모든 시설을 어마어마한 크기로 짓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서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란 올림픽 표어를 찾아볼 수 있었고 경기장 안내판과 '하오윈(好運) 베이징'이란 입간판을 세우는 공사도 한창이었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받고 있는 환경오염과 교통체증, 불친절, 무질서 의식 등을 씻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 또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베이징 시민들은 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란 자부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었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며 웃는 얼굴로 다가서는 베이징 시민들을 보면서 올림픽이란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폐쇄되고 통제되어온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베이징 시민들은 올림픽을 국민적인 대축제로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베이징 주변을 실리콘 밸리로 조성, 중국의 수도로만 만족했던 지난날에서 벗어나 상하이가 쥐고 있는 경제적인 주도권까지 차지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우리처럼 중앙 정부의 지원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올림픽을 통한 관광 산업의 확대 등을 꾀하고 있다. 민자와 외국 자본 유치로 숙박시설 및 각종 편의시설, 백화점, 도시 기반 시설의 확충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에 빼앗겨 온 내수 시장 및 국제 시장에서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모바일, 전자,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화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눈에 띄게 늘어난 자국 기업들의 광고 영상 매체물, 중국 사람 특유의 상술인 마찰을 피하며 인내심을 갖고 추진하는 스포츠 마케팅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광고 대행사인 메르디온(Merdion)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독창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마케팅 수완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 같았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대구 또한 국제육상연맹(IAAF)의 공식 광고 대행사인 덴츠와의 마찰을 피할 수 있는 마케팅을 개발, 실속을 차려야 할 것이다.

지금 대구는 섬유 등 주력 산업이 실종되면서 인재들이 떠나는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정치적인 중심 세력권에서 벗어난지도 오래된 상태다. 아마도 폐쇄되고 보수적인 기질 탓에 남을 배려하고 고통을 분담하며 화합해 본지도 오래된 것 같다. 대구 시민들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대구의 잔치에서 전 국민적인 잔치로 발전시켜 새로운 동력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회 준비와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통해 시민 의식도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세계육상대회가 새로운 대구를 만들기 위해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베이징의 하키 경기장 준공식장에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을 잠시 만났는데 한국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를 위로하면서 세계육상대회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의 참가를 부탁하기 위해 그 해 1월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를 찾은 나와의 만남을 기억하며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처럼 성공한 대회로 영원히 기억되기 위해서는 대구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U대회 당시 영남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얘기하면서 영남대의 발전을 빈다고 했다. 그는 세계 스포츠계의 최고 지도자임에도 겸손하고 진솔한 마음가짐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

이제 대구시는 9월 조직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으로 세계육상대회 준비에 나선다. 대구시는 이 대회를 통해 시민들을 결집시키고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 미래가 보장된 대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시민들은 대구호(號)의 선장인 김범일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배려를 보여야 할 것이다.

박상하 국제정구연맹 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