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인류의 원초적인 삶의 원형을 볼 수 있고 직접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김익원(60) 경상공고 교장은 오지여행 전문가다. 그가 말하는 '그곳'은 문명의 혜택을 거의 받지못하고 있는 지구상의 오지(奧地)를 가리킨다. 그는 방학을 이용, 전세계의 오지를 찾아다닌다. 이번 여름방학때는 티베트를 다녀왔다. 라싸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잘 가지도 못하는 티베트 서부지역까지 찾아갔다.
"패키지여행을 하면 가고 싶은 곳이나 보고 싶은 곳을 제대로 볼 수가 없죠. 1970년대 후반에 패키지관광을 몇 번 다녀왔는데 여러가지로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가고 싶은 곳을 찾아서 다니기 시작했지요."
그때부터 30여년 동안 김 교장이 다닌 곳은 아프리카와 남미대륙은 물론 동구권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80여개국에 이른다.
"현지에서 죽을뻔한 고생을 하고나서는 앞으로 다시는 오지여행에 나서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한 달만 지나면 다시 가고 싶어집니다."
김 교장은 무엇때문에 오지여행의 매력에 빠져든 것일까. 그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탓에 고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유럽의 고건축을 주로 공부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길어야 1천 년 안팎의 건축물밖에 볼 수 없지만 아프리카 오지로 가면 1, 2천 년 전의 주거형태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오지에서는 인류의 옛주거지를 찾을 수 있어서 오지여행이라는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환갑이라는 적지않은 나이에 영어도 능통하지 못한 그가 이처럼 자신만만 오지여행을 즐기는 비결이라도 있는 걸까. "건강이야 타고난 것인데다 30년 이상 꾸준히 테니스를 하는 등 체력은 30, 40대보다 자신있다."고 말하는 그는 "아프리카 오지에서는 영어도 잘 안 통하지만 '만국공통어'로는 무엇이든지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짓, 발짓을 모두 동원하는 바디랭귀지(body language) 외에 그는 그림을 그리는 방법으로 언어장벽을 극복한다. "기차역을 물을 때는 기차를 그려서 보여주고 배고플 때는 음식을 그리면 다 통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지여행의 첫 번째 조건도, 두 번째 조건도 안전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기에 1년 전부터 철저하게 현지사정을 점검하고 계획을 세운다.
그는 "최소한 6개월 전부터 현지에 대해 공부하고 떠나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미리 공부한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면서 "직접 여행코스를 잡고 떠났기 때문에 10년 전의 여행도 어떻게 갔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꼼꼼하게 다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애착이 가는 '오지'는 아프리카다. 1985년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세 차례나 다녀왔다. 첫 번째는 케냐와 탄자니아, 짐바브웨를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갔고 두 번째는 10년 후인 1995년 나이지리아와 카메룬, 토고, 르완다를 다녀왔다. 그래도 다시 가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아프리카를 첫 손가락에 꼽는다. 그중에서도 '탄자니아'는 아직도 그의 영혼을 사로잡고 있는 곳이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공원과 붙어있는 마사이마라 공원에는 '엉고렁고렁'분지가 있는데 그곳은 세계적인 자연공원인 세렝게티 공원의 축소판으로 정말 다시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아프리카에는 한국에서 건너간 태권도사범들이 특히 많다. 태권도 명문인 경상공고 졸업생 중 상당수가 사범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는 것도 김 교장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중의 하나다. 그는 "1995년 아프리카에 갔을 때 나이지리아 대통령 경호실의 태권도 사범으로 있는 친구의 부탁으로 한국 낚싯대 3세트를 가지고 갔다가 입국 심사과정에서 압수당했다."며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다음날 그대로 돌려받아서 전해줄 수 있었다." 면서 "후진국일수록 권력이 잘 통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술을 좋아하지만 자주 마시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술마실 돈을 모아서 여행경비에 보태기 위해서다.
그는 정년퇴직 후 북미에서부터 남미대륙 끝까지 기나긴 대륙종단 여행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고 있다.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오지여행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글·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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