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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방제 '효과?' vs. 예산낭비 '헛일?'…잠복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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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소를 아시나요.'

이달 들어 대구의 가로수 2만 7천900그루에 '잠복소(潛伏所)'가 달렸다. 북한말 잠복소는 드러나지 않게 숨었거나 숨기 위한 곳을 뜻하지만 우리말 잠복소는 해충들이 겨울잠을 자는 장소를 의미한다. '해충 포집기'라고도 하는데, 볏짚으로 만들어 성인 가슴 높이에서 가로수를 빙 둘러싼다.

1일부터 19일까지 달구벌대로를 비롯한 8개 노선에 잠복소를 달고 있는 대구 수성구청 녹지계 표창윤 씨는 "잠복소가 다른 곳보다 따뜻하기 때문에 겨울철 해충이 자연스럽게 나무에서 볏짚으로 옮겨 온다."며 "봄이 오기 전에 볏짚과 함께 해충을 태워 버린다."고 설명했다.

잠복소의 역사는 꽤 깊다. 1980년대 나뭇잎을 갉아먹는 해충 '흰불나방'을 방제하기 위해 처음 고안된 뒤 90년대 중반부터 대구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가로수뿐만 아니라 아파트나 공공기관 같은 곳의 조경 나무에서도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잠복소는 예산 낭비 논란을 낳고 있기도 하다. 다른 많은 방제 작업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데 굳이 비싼 돈 들여 잠복소를 설치할 이유가 없다는 전문가들이 적잖은 것. 정부의 '예산낭비 사례' 보고서에도 잠복소 설치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고, 3천500그루의 가로수에 잠복소를 단 수성구청이 1천500만 원의 사업비를 쓰는 등 대구 전체로 볼 때 해마다 수억 원이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현장을 잘 모르는 얘기라는 입장이다. 양버즘나무 등 해충에 약한 나무에만 잠복소를 다는데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충 번식력이 갈수록 왕성해지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올해 잠복소를 단 대구의 가로수(2만 7천900그루)는 2006년 2만 6천700그루와 비교해 오히려 1천200그루가 더 늘어났다.

산림청에서도 잠복소의 효과는 인정하고 있다. 다만 산림청 관계자는 "봄이 오기 전에 반드시 잠복소를 떼야 하는데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잠복소를 봄에도 그대로 놔두면 해충들이 되레 늘어 나무 건강에 더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아파트나 공공기관에서 전문 지식이 없어 병해충에 강한 나무들까지 마구 잠복소를 다는 일도 문제란 것.

심해택 대구시 공원녹지과 조경 담당은 "잠복소를 바르게 쓰면 겨울철 가로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며 "2, 3월쯤 모두 수거해 태우기 때문에 예산 낭비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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