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수술을 받으려면 이식할 장기가 필요하다. 장기이식은 인체의 장기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기능 상실이 있는 경우(말기 부전) 그 장기를 떼어내고 대신 새로운 장기를 이식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이미 2, 3세기쯤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의학의 성자 코스모스와 데미안이 썩어 문드러진 환자의 다리를 잘라내고 갓 숨진 이집트 사람의 검은 다리를 절단해 이를 접합해 주는 성당의 벽화에서 나타났다.
이렇게 기능을 상실한 장기를 없애고 대신 새로운 장기를 대체해 넣으려는 시도는 수술 기법의 발전을 통해 외과적으로는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식된 장기가 수혜자의 몸 안에서 거부반응을 보임에 따라 장기이식은 벽에 부닥치게 됐다. 이 문제는 면역억제요법의 개발과 발전으로 상당부분 해결됐다. 그래도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이식할 장기가 없다는 점이다. 이식에 쓰일 장기는 콩팥(신장)과 같이 인체에 2개가 있는 경우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부터 기증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심장, 간처럼 1개밖에 없는 장기는 살아 있을 때 기증이 불가능하다. 최근 간 절제술의 발전으로 살아 있는 사람의 간을 부분적으로 절제해 이식해 주는 방법이 도입돼 좋은 결과를 얻고 있지만, 기증자의 안전과 건강을 생각하면 여전히 조심스럽다.
장기기증의 다른 방법이 바로 뇌사자 장기 기증이다. 뇌 손상으로 뇌의 기능(뇌간을 포함)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상실된 환자로부터 장기를 기증받는 방법이다. 뇌사자로부터 기증을 받는 경우 상태에 따라 심장, 간, 폐, 콩팥, 소장 등 여러 개의 장기를 동시에 얻을 수 있고, 각각을 다른 말기 환자에게 이식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살아 있는 사람이든, 뇌사자이든 장기기증은 기증자나 가족들의 자발적인 동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장기기증의 필요성과 뇌사와 죽음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없다면 기증을 기대하기 힘들다. 의료진들이 뇌사자의 가족에게 장기기증에 대한 말을 꺼내기가 힘들고, 어렵게 말을 꺼내도 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현실이다. '사람을 두 번 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관념 때문이다.
장기기증이 활발한 스페인의 경우 인구 100만 명당 35명이 장기기증을 한다. 지난해 국내 뇌사자 장기기증 수는 100만 명당 3명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기증이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면 연간 2천 건에 가까운 장기기증이 이뤄질 수 있다.
김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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