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 시조산책-윤금초 作 '一行(일행) 소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一行(일행) 소묘

윤금초

화닥화닥 그물은 밤 인경마저 스러졌다.

빗장도 깊이 물린 영묘한 그 新房(신방)인 거.

해묵힌 사랑 조아려 차마 말을 삼가고.

티 하나도 사려 앉는 새 세간의 귀밑머리.

반호장 앞섶 가린 紅玉(홍옥)의 그대 안면.

실눈썹 살풋이 열려 내 온몸을 적시고.

묘한 작품입니다. 굳이 각 장마다 마침표를 찍은 것은 제목이 암시하는 '一行(일행)'의 의미를 부각하려는 의도지요. 한 줄 한 줄이 다 강한 독립성을 가지면서 시조의 3장 구조에 조응하는 데서 이 작품은 나름의 실험성을 획득합니다.

전통 혼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심상들을 통해 사랑의 열망과 교감을 드러냅니다. 마치 꼰사와 푼사가 교직하는 수틀을 마주한 느낌이랄까요. '차마 말을 삼가고', '티 하나도 사려 앉는', '앞섶 가린' 같은 표현들이 한껏 고조된 신방의 긴장을 엿보게 합니다.

인경마저 스러져 간 밤. 처녀 적 귀밑머리를 풀어 쪽을 찐 신부는 이제 한 지아비를 맞습니다. '반호장(반회장) 앞섶 가린 홍옥'의 신부. 진정한 아리따움은 부끄러움에서 나옵니다. 가는 눈썹이 떨리는 듯 열리는가 싶더니, 이윽고 暗轉(암전). 華燭(화촉)의 불은 꺼지고, 빗장만 깊은 洞房(동방).

박기섭(시조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반발을 해명하며, 고령이나 건강 문제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민의 땅을 강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데이터 전송량 증가로 국내 광통신 관련주가 주목받고 있으며, DCI 수요 증가로 인해 광부품의 수주 물량이...
경기 파주시는 올해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23일, 24일, 26일 생활쓰레기 배출을 금지하며, 인천시는 24일부터 27일까지 특별 관리 체...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