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 언론의 소통기능

우리 국토면적의 11.8%를 차지하는 서울시·인천시와 경기도 등 수도권은 인구의 48.2%, 지역총생산의 47.3%, 예금과 대출금의 67%를 차지하고 있다(2005년). 누적된 불균형발전은 이제 '과밀 대 과소'의 문제가 아니라 '난개발확장(sprawl) 대 공동화'의 문제를 낳고 있다.

이에 현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수도권 기득권세력과 야당인 한나라당에 의해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되었고, 오히려 경제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철폐)가 긴요하다는 논리로 수도권규제 완화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분권 분산정책은 政爭(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원래 대구로부터 시작된 분권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2002년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모든 정당과 대선 후보들이 그 시행에 동의한 것이었다. 그랬던 것이 현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와 반대로 왜곡되어 버렸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에 언론의 역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 일간지라 불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국제경쟁력의 논리를 앞세워 '대도시의 광역화가 세계적 추세이며, 균형발전정책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격렬하게 반대했다. 정책의 내용과 취지,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 각종 비용 상승, 삶의 질 문제 등은 아예 보도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도권 규제완화를 전면에 집중 제기하고, 이에 관한 비수도권의 목소리는 지방배포판의 지역섹션에 가두어 두는 교활한 이중적 보도방식을 취했다. 국가발전방향에 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여론이 단절되어 있는데, 언론이 본연의 '여론 소통' 기능을 외면하고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EU)에서는 대도시의 확장에 대한 반성이 일어왔다. 과거 대도시 확장은 전철과 도로망 등 교통수단의 발달로 교외의 전원지역 개발과 외곽도시 형성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통근형 베드타운으로 개발될 뿐 집적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도심은 공동화와 빈곤층 집거지 형성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안고, 외곽은 행정구역들 간의 개발경쟁으로 과도한 면적당 인구·주택 비율, 교실 부족, 자연환경 파괴, 공해·교통난 등을 겪게 되었다. 이 같은 생활환경 악화와 혼잡비용 증대는 대도시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한편 통신수단(IT)의 발달이 재택근무 가능성을 높여 전문직 종사자들의 거주지가 더욱 외곽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견되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통신을 통한 접촉(on-line화)의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고급서비스와 지식집약 산업 종사자들은 지식생산과정에서 오히려 직접접촉(off-line접촉)을 높이기 위해 도심에 모여든 것이다. 결국 최근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재도시화의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고밀도(컴팩트)도시' '깔끔한(스마트)성장'을 위한 각종 정책들이 주민들의 자각과 참여 속에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도심재생사업이 일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은 전국적 안목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수도권 (난개발)확장은 억제하고 기존 대도시 스마트성장 중심의 전국 발전 모형이 필요하다. 수도권과 지방이 정체불명의 욕망의 경쟁에서 더 이상 허우적대지 말고 선진국형의, 좋은 일자리와 쾌적한 삶이 공존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시를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균형발전이 궤도에 오르는 최소한의 기간 동안은 수도권 규제를 존속시켜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넓은 국토 넓게 쓰는데, 한국은 좁은 국토를 좁게 쓰면' 지속가능한 발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이러한 추세와 필요성을 모른 채 현재 국토발전정책에 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상호 여론소통에 단절을 부추긴 소위 전국 일간지는 이제 '수도권신문'으로 불러야 하고, 계속 언론 본연의 역할을 외면할 경우 지역주민들은 절독운동 등 강력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여기에는 삶의 질 향상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수도권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신문들도 더 이상 정쟁에 휩싸이지 말고 지역균형발전정책의 세부적인 결함을 치밀하게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 재정지출 중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비율, 대선 후보들 중 지방분권지수가 낮은 후보들을 지역주민들에게 알리는 등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향후 국토 전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언론의 올바른 역할이 긴요하다.

김재훈(참언론대구시민연대 대표·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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