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사기꾼 기댄 人格殺人, 부끄럽지 않나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로 정국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진흙탕 공방전이 수사발표로 일단락되고, 정상적 대선전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했던 국민들로서는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우리 정치문화의 저급성과 난폭성을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수사 발표로 본 김경준 씨 일가는 국민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간 큰 고등 사기꾼 공범자들이었다. 도장과 명의를 도용하고, 문서를 조작하고, 유령회사로 투자자들을 속이고, 간교한 거짓말로 언론 플레이를 펼치는 등 국민들을 철저히 농락했다. 범죄자의 악덕을 총망라한 인상이다. 그들 일가의 행적을 반추해 보면 '어떻게 이럴 수가' 하는 경악에 입을 다물 수 없게 된다.

의혹을 벗게 된 한나라당은 사필귀정이란 말로 BBK 의혹이 음해공작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허위사실 유포자를 고발하고,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철저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반이명박 진영의 반응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의혹을 사실인 양 호도하고, 흑색선전으로 대선을 아귀다툼으로 만든 게 그들이다. 국민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커녕 정당한 공권력 집행을 부인하는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검찰이 '국민의 상식'을 탄핵했다고 비난했다.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 그가 말하는 국민의 상식이란 한 방에 대한 기대 곧 자신의 심증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인격 파탄자들에 기대어 대선을 뒤집어보려는 그의 모습이 안쓰러울 따름이다.

이회창 후보 측은 이번 발표를 檢恥日(검치일)이란 말로 격하하고 이명박 후보와 청와대의 합작설까지 제기했다. 인격살인의 최대 피해자인 그가 법과 원칙을 저버리고 또 다른 인격살인에 가담했다는 것은 그의 위선과 이중성을 드러내는 일이다. 청와대 합작설에 이르러서는 '이 정도인가 하는' 회의를 갖게 된다.

사기꾼을 앞세워 정치공작을 벌이고, 방송과 우호언론을 동원하여 허위를 진실로 둔갑시키는 이런 더러운 술수는 반드시 단죄되어야 한다. 2002년의 악몽을 국민들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집권욕에 눈이 멀어 국민 속이는 것을 예사로 생각하는 후보들은 나라 발전을 위해서도 정계에서 영구 추방돼야 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더 이상 과오를 키우지 말고 대선의 正道(정도)로 돌아가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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