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자재 값 폭등에 "납품·조업 중단" 집단행동 확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들이 납품중단과 조업 중단을 불사하며 연이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주물업계가 다음주부터 2차 납품중단을 예고한데 이어 레미콘 업계가 생산중단을 선언했으며, 원자재가격으로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여타 업계도 이같은 흐름에 동조할 태세다.

◆전국 콘크리트 펌프카 사업자 파업

레미콘 업체들이 지난 12일 건설사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 중단 시한을 통보한데 이어 이번엔 콘크리트 펌프카 사업자들이 15일부터 사흘간 파업을 결의해 아파트 등 건설공사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 대구경북콘크리트펌프카 업계는 동참하지 않되 다른 지역 상황을 봐가며 참여 여부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 대구경북콘크리트 펌프카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52m 짜리 펌프카의 하루 임대료는 110만~120만원으로 물가표준품셈표에 명기된 220만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업자들은 현재 하루 임대료를 160만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경북콘크리트 펌프카협의회 관계자는 "유가가 급등하면서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회원 업체들이 회비를 내지 못할 만큼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레미콘업계도 지난 12일 결의대회를 갖고 가격 협상시한을 19일까지 정했다. 지역 레미콘 업계는 지난해에 비해 시멘트, 자갈 가격이 26~30% 올랐지만 레미콘 가격은 2004년 이래 제조원가를 밑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미콘업계의 가격 인상 요구에 이어 펌프카까지 파업을 결의하면서 아파트 등 건설현장에 공사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물업계 2차 납품 중단 예정대로

제품 가격 현실화를 요구하며 단체행동(본지 7일자 11면·12일자 13면 보도)을 벌이고 있는 대구경북 주물사업협동조합(이사장 남원식)이 13일 고령 다산 주물공단 관리사무소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2차로 대기업에 납품을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현대·기아차가 13일 주물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1차 협력업체의 납품가격 20% 인상을 결정했지만 주물업체는 대부분 소재산업인 3차 협력업체로 1·2차 협력업체가 자기네 몫을 챙긴 후 주물업체의 요구를 수용할 태세여서 인상 효과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다 현대차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은 이렇다 할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상황이 나아진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다른 업종으로 확산 조짐

합성수지, PE필름, 강화플라스틱 등 지역 플라스틱 업계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합성수지 업체인 동보씨엠텍산업의 조임호 대표는 "한달 100t의 합성수지를 사용하는데 매달 2천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장했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11일 업계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대책회의를 갖고 일단 관급공사라도 납품가를 올려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조합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불과 2, 3개월만에 폴리에틸렌 등 원료 가격이 40~45% 올라 제품가격이 최소한 30% 이상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플라스틱 업계는 특히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대기업으로부터 일단 원료를 받은 뒤 그 다음달에 재료 가격을 통보받는 독특한 거래방식으로 인해 재료값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힘든 실정이다.

◆가격 협상에 정부 적극 개입해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달청은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이 조달 구매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레미콘, 아스콘, 철근 등 연간 계약으로 구매하는 물자의 가격 조사기간을 단축할 방침이라고 13일 밝혔다.

중소기업이 원자재가격 파동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중소기업의 60%가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도급 기업인 탓이 크다. 대기업과 거래관계에서 중소기업은 자신의 제품 가격을 대기업의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기업은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경우 원가절감이라는 미명 아래 납품가격을 오히려 깎아 중소기업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이에 따라 납품단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납품가격을 원자재가격과 연동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원자재가격이 30% 이상 뛰었는데도 납품단가는 그대로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인들이 한두달 원가절감해서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원자재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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