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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박 대통령 생가보존회장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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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끔찍한 사고가 난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3일 다시 들렀다. 숨진 김재학 생가보존회장이 평소 계시던 자리에 뜻밖에 김 회장의 외아들 은호(52)씨가 앉아 있었다. 아버지를 장사지내고 삼일제를 지낸 상주인 은호씨는 슬픔을 채 추스르지 못한 모습으로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안경, 책, 부채, 안마기 등 손때묻은 물건들을 차곡차곡 챙겼다.

20년이 넘도록 생가를 내집보다 더 아껴온 김 회장을 대물림 하듯 은호씨도 생가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그는 생가에 대한 각종 사건사고 등 그동안의 애환에 대해 담담히 털어 놓았다. 생가에서 3번째 아랫집에 살면서 어릴적부터 생가는 놀이터였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 구경이 유일한 재미였다고 했다. 박 대통령 서거 후 정권이 바뀌면서 변한 생가 관리와 행사의 추세에 대해서도 술회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생가를 돌아보던 이웃 주민 신혁주씨가 "생가내 우물가 옆 수십년 된 배롱나무가 철사에 얽매여 이상한 형태로 변해 철사를 제거하는것이 좋겠다"고 했다. 나뭇가지가 우물로 처짐을 방지하기 위해 누군가 철사로 묶어 놓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철사줄이 배롱나무 속으로 파고들어 이상한 모습으로 변한 것으로 보였다. 은호씨가 직접 우물위로 올라가 철사를 제거했다. 안간 힘을 쓰며 철사를 제거하는 은호씨의 모습에는 일평생 생가를 사랑해온 아버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은호씨는 "아버지는 지난해부터 생가 지키는 일을 그만 둘 생각이었다. 박근혜 대표가 이번 총선만 끝내놓고 생각해보자고 만류했는데…"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돌아가신 김 회장은 생가를 취재하러 갈 때마다 늘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개인적으로 부친의 친구였던 터라 아들처럼 대해 주셔서 이번 사고는 누구보다 가슴 아프다. 하얀 목련이 핀 생가 앞마당에는 사고를 잊은 듯 예전처럼 전국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홍섭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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