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쇠고기 민심 뒷발에 차인 한나라…野, 재기 발판 마련

한나라당의 6·4 재보선 참패는 예상된 결과였지만 막상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충격을 받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수습방안을 놓고 한나라당과 청와대 사이에서도 시각차가 노출되고 있다. 재보선 결과, 여권의 국정주도권이 약화될 것을 분명하게 확인했으면서도 대응수순에 온도차가 느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청와대와 한나라당 간 갈등의 조짐까지 보인다. 청와대는 정부의 모든 정책방향을 민생에 집중하고 나서 인적쇄신을 단행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반된 민심을 다독거린 뒤 인적쇄신을 하겠다는 단계적 국정쇄신론이 청와대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인적쇄신의 폭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지금과 같은 위기국면에서는 사람 한둘을 바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논리를 내놓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다르다. 5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학원 최고위원은 "취임 100일밖에 안된 시점에 아랫목으로 여겨지던 서울과 영남권에서도 참패한 의미를 곰곰이 씹어봐야 한다"면서 "국정쇄신과 인적쇄신이 늦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 대통령은)조속히 결단을 내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당내에서는 국정운영의 기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강성기조도 공공연하게 터져나온다. 이 같은 목소리가 7월 전당대회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친이위주로 짜여질 듯하던 당 지도부 구성 등 전당대회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야권=대선과 총선 연패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민주당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지도부는 5일 현충일을 앞두고 대거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등 재보선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여권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대안야당'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 속에서 대여공세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민주당 등 야 3당은 18대 국회 개원 및 원 구성을 거부하고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한편, 이날 내각 총사퇴와, 어청수 경찰청장 해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5일부터 72시간 철야로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당 차원의 참여 가능성도 검토하는 등 강경투쟁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5일 "재보선 승리가 오히려 당을 강공 노선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뜩이나 당이 이번 사안에서 한 일이 별로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온건론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은 이회창 총재가 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부당하는 등 푸대접을 받았다는 점에서 당분간 야권과 공조체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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