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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家長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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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내게 물었다. '50대 남자와 50대 여자가 필요한 것이 다섯 개인데, 서로 다르대. 뭔지 아니?' 질문을 받자마자 내 머릿속의 바람개비가 황급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뭐지, 뭘까. 이제 얼마 있지 않아 내가 필요하게 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 덕분에 여자들이 필요한 것 중 '돈, 딸, 친구' 세 개 정도는 손쉽게 맞힐 수가 있었다. 그리고 '취미생활과 건강'이라는 나머지 답을 들으면서 '아, 그래 맞아 그게 필요할 거야'라며 무릎을 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들이 필요한 것은 '아내'에서만 머물고 도무지 다른 것은 떠오르지를 않았다. 그랬더니 '너 어디서 들었구나!'라고 친구가 반색하며 말하기를 '아내, 집사람, 부인, 와이프, 마누라'라며 의미있는 웃음을 흘렸다. 아내를 표현하는 동의어가 이렇게 많은 것에 새삼스럽기도 했고, 이런 우스개를 생각해 낸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는 도대체 누굴까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 이야기를 들은 다른 지인은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남편을 쳐다보면 측은하고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요즘 남자들이 너무 불쌍하고 현실이 서글프다며 혀를 찼다.

언제부터인가 '나이 든 남자'들이 유머의 단골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바탕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의 가장들을 왜소하게 깎아내리거나 조소하는 내용들이다. 아닌 게 아니라 상담소에서 만난 가장들은 하나같이 남편의, 아버지의, 그리고 가장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절망스런 표정을 짓는다. 제 가족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느라 앞만 보고 부지런히 달려왔는데 인생의 황혼기에 남은 것이라고는 단물 빠진 '몸'과 '소외'뿐이라고 탄식을 하는 남편들이 적잖다.

우리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기가 녹록지 않다지만 따지고 보면 남자로 살기도 참 만만치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서부터 남자라는 이유로 평생 단 세 번만 울어야 한다고 강요당하며 눈가의 물기도 감추어야 하고, 자라면서 씩씩하게 강인함으로 겉포장을 하고, 청춘의 피가 끓는 나이에 나라의 부름을 받기도 한다. 결혼해서는 또 편하기만 한가. 때로는 쪼그라든 두 어깨에 갑옷을 걸치고 생활전선에서 고단한 일상을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야기했다. 중년가장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을 버리고 또 버리는 것이라고. 이 시대 가장들의 애환이고 초상이다.

권리는 적어지고 의무는 커져만 가는 가장들의 힘 빠진 어깨 위에 격려를 얹어주고 지지를 실어주는 것은 가족들의 몫이다. 오늘도 일터에서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채 귀한 땀 흘리고 있을 우리의 가장들을 위해 가족의 이름으로 실팍한 울타리를 준비하고 그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면 어떨까.

김향숙(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구지부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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