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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처럼 떨어지는 정체모를 공포…스릴러물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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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벤치에서 한가롭게 얘기를 나누던 소녀가 갑자기 말이 없어지더니 긴 머리핀으로 자기 목을 서서히 찌른다. 사자가 자신의 몸을 뜯어먹게 내버려두는 남자도 있다. 어떤 고통의 비명도 지르지 않고, 죽음을 자청한다.

경찰관은 총을 꺼내 머리에 대고 쏜다. 그 총을 행인이 주워 자살하고, 또 땅에 떨어진 그 총을 그 옆 사람이 주워든다. 공사장 인부가 떨어진다. 사고다. 그러나 옆에 또 떨어진다. 하늘을 쳐다보니 마치 우박처럼 인부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식스 센스'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해프닝'이 13일 개봉했다. 시사회도 거치지 않고, 전 세계에 동시에 선보였다. 결말이 미리 공개될까 봐 이뤄진 조치다.

'식스 센스'의 결말은 정말 가공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 이후 샤말란은 반전(反轉) 영화의 대가로 인식되고 있다. '언브레이커블' '샤인' '빌리지' '레이디 인 더 워터'에 이어 '해프닝'까지 그의 영화들에서 모든 관객들은 반전을 기대하고, 또 실망하기도 했다. 그것은 '식스 센스'의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샤말란의 영화에는 물리적 반전에만 목을 맬 수 없는 심리적 공포가 정교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해프닝'은 9·11 사태 이후 불안한 시민들의 공포가 심리 속에 깔려 있다. 그 실체가 뭔지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공포와 이를 증폭시키는 정부의 의도적인 방치도 깔려 있다.

등장인물들은 외부적인 공포뿐 아니라 내부적인 불안이란 이중적 한계상황에 놓여 있다. 주인공인 과학교사 엘리엇(마크 윌버그) 가족도 그렇다. 알 수 없는 미스터리 현상이 뉴욕 곳곳에서 발생하고, 대피령까지 떨어진다. 그는 아내와 8세 된 딸과 함께 기차를 타고 펜실베이니아의 시골로 향한다.

그는 아내의 부정으로 대화의 문을 닫은 상태다. 거기다 친구의 아이까지 떠맡게 된 상황. 최악의 한계상황은 정체 모를 가공할 공포까지 몰아치면서 최악으로 치닫는다. 이는 대부분의 현대인, 도시인이 처한 상황들이다.

기차의 모든 시스템이 중단되고, 연락도 두절된다. 외계인이나 총탄이라면 피할 수도 있겠지만 안전한 곳이 없다. 위험은 마치 공기처럼, 산소처럼 이들을 조여온다.

흥미로운 것은 뭉치면 죽는다는 것이다. 흩어져야 살 수 있다는 것은 그 위험이 외부나 내부 모두에게 작용하는 절체절명의 것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것이다.

'해프닝'은 샤말란 영화 중에 유일하게 18세 관람가를 받은 영화다. 죽음의 표현 수위가 이제까지 나온 그의 영화들보다 높다. 사자의 이빨에 팔이 뜯겨 나가면서도 무서워하지 않는 그것이 더욱 공포스럽다.

반전에 대한 집착만 없다면, '해프닝'은 볼 만한 스릴러다. 끊임없이 우리를 분열시키고, 소통하지 않고 문을 걸어 잠그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90분. 18세 관람가.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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