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낙동강운하를 해서는 안되는 이유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심각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데, 그 여파는 국민의 고통으로 전가되고 있다. 지금은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세계 경제는 석유를 포함한 자원의 고갈이라는 지구환경이 안고 있는 근원적 문제에 기인하는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어 우리 사회가 감내해야 할 고통은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을 야기하는 현 정부의 무모한 여러 정책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한반도 대운하 문제이다. 이는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고 있고, 불교와 가톨릭을 포함한 종교계와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온몸을 던져 막겠다고 할 만큼 저항이 큰 문제이다. 이에 대통령도 최근에 '국민이 반대하면'이라는 찜찜한 단서를 붙이기는 하였지만, 운하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다. 국민 다수가 반대한다는 것은 분명하기에, 이를 뒤엎는 일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서는 할 수 없다고 보아 운하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작금이다.

그런데 영남지역의 지자체와 일부 지식인 그리고 언론단체는 영남지역에 한정된 운하라도 건설하여야 한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운하건설을 주장하는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로 물류수송체계를 개선하여 영남내륙권의 경제 낙후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한다. 하천바닥을 준설하고 수제(水制)로 유로를 하천의 중심부로 유지시켜 수심 3m 이내의 항로를 확보하고, 여기에 소형바지선(100t 미만)이라도 운영하면 물류수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둘째, 하천 바닥을 준설하고 제방을 쌓아 홍수피해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낙동강 운하가 건설되면 대구의 경제 활성화와 자연재해 억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먼저, 대구경제의 낙후성이 물류수송체계의 미비에 기인하는지를 생각해 보자. 대구는 사통팔달의 고속도로와 철로가 있어 물류수송체계가 뛰어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기에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그리고 소형 바지선 몇 개를 연결해서 운영한들 그것이 감당할 수 있는 물동량은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1975년에 도입된 한국해양대학교의 실습선인 한바다 1호의 규모도 3천5백t 정도이다. 운항될 바지선의 규모는 대학의 해양실습선에도 훨씬 못 미치는데, 이 정도의 수송수단이 없어서 영남 내륙권의 경제가 낙후되었는가? 대구의 경제낙후가 물류수송체계의 미비에 있다고 한다면, 항구가 있는 부산의 경제낙후는 어떻게 볼 것인가?

대구경제의 낙후원인은 섬유의 뒤를 잇는 하이테크산업 유치 실패에서 찾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면 왜 대구는 하이테크 산업 유치에 실패하였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정치권이 지역의 경제적 토호세력과 결탁하여 섬유산업에 정부지원을 몰입시킨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대구와 영남지역의 사람들은 지난 10년간 정부가 지역차별을 한 탓이라고 말하지만, 섬유산업을 고집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대구의 정치권이었다. 또 대구경제가 전국 최하위로 전락한 시기도 진보정권 출범 이전이었다. 지역발전의 원동력은 미래에 대처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사고가 가능한 사회체제 구축이 우선인데, 지역의 빗나간 정치행위가 이것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말이다.

또 운하가 홍수시의 하천 범람을 막아 자연재해를 억제할 수 있는지도 따져보자. 하천바닥을 준설해도 하천의 수위는 해수위보다 낮아질 수는 없기 때문에 강의 수위는 별로 내려가지 않는다. 따라서 낙동강 주변의 하천 범람을 막으려면 제방을 높이 쌓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홍수 시에 낙동강의 수위가 높아지면 지천의 물은 도시와 농경지로 범람하여 홍수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 홍수피해는 호우로 늘어나는 유수를 정체시킬 수 있는 홍수조절지를 확보해 주는 형태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운하건설 불가는 국민의 다수가 합의한 이 시대의 대의이다. 이를 거슬러 운하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지역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전국의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손가락질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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