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이웃 우리사회] 일하느라 신나는데 늙을 틈이 어디있어

어르신들 '꿈의 일터' 대구수성시니어클럽

▲ 어르신들이 재활용사업장에서 가전제품을 수리하고 있다.
▲ 어르신들이 재활용사업장에서 가전제품을 수리하고 있다.

"인간의 수명도 치료해서 늘리듯 물건도 꼼꼼하게 수리만 잘하면 수명이 배로 늘어납니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가게에도 도움이 되고 환경도 살리니까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대구 연호동에 위치한 수성시니어클럽 재활용사업장에서 열심히 가전제품을 수리하는 유모(62) 할아버지의 재활용품에 대한 열정은 한낮의 열기만큼이나 뜨겁다.

유 할아버지가 일하는 시니어클럽은 지난 해 11월 문을 열었다. 재활용사업은 처음 시작한 사업으로 7개월 만에 고도성장(?)의 반열에 접어든 셈. 시니어클럽은 이외에도 햇빛촌 콩나물사업, 택배사업, 나눔장터사업, 문화해설체험사업 등 모두 8곳의 사업장이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어르신은 약 450여명.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어르신들은 이곳이 꿈의 일터다.

젊은 시절 쌓았던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헌 가구를 새 가구로 만들기도 하고, 고장난 생활용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도 하고, 헌 옷을 새 옷으로 변신시켜 행복한 나눔가게에 내다 판다. 또 직접 콩을 심어 그 재료로 아삭하고 고소한 콩나물과 두부를 만들어 가가호호 배달하여 바른 먹을거리 보급에 앞장서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생긴 수익금은 전액 노인 일자리 만들기에 쓰인다.

총 사업단장 박준한(67) 할아버지는 "노인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노인들은 일을 통해 건강과 보람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건전한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노인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며 일을 통한 노인복지 실현을 강조했다.

현재 수성시니어클럽이 구상 중인 새 사업은 치산치수사업. 다소 이색적인 이 사업의 중요성을 박 단장은 "산의 외향이 그저 푸르기만 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속이 썩어가고 있다"며 "밀식되어 있는 나무를 재정비하고 가꾸어 환경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노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일거리"라고 설명했다.

삶의 활력과 사회 환원, 환경지킴이의 역할까지 거뜬히 수행해내는 꿈의 일터 수성시니어클럽 노인사업장. 해가 뜨면 바로 사업장으로 달려오는 어르신들 덕분에 하루종일 활기와 열기로 가득하다.

이철순 시민기자 bubr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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