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국땅에 시집와 가정을 이루면서 온갖 어려움을 다 겪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의지할 남편이 있고 모시고 보살펴야 할 가족이 있기에 언제나 행복한 웃음 지으며 살 수 있어요. 가정과 가족은 내게 꿈과 희망이죠."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선포 2주년을 기념해 안동시의 '가정·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아름다운 가정'에 선정된 일본인 며느리 나카노 게이코(43)씨와 남편 김원현(50)씨 부부(사진). 이들 부부는 그리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지만 팔순이 넘은 노모와 다섯 아이들과 함께 알콩달콩 가족 사랑으로 가정을 보듬고 있다.
게이코씨가 김씨에게 시집온 지도 어느덧 13년. 낯선 땅에 시집왔지만 종교적 신념으로 가족 사랑을 베풀면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 끊임없는 불행이 닥쳐왔다. 남편이 시내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던 중 만난 IMF라는 괴물은 궁핍한 가정을 송두리째 할퀴고 지나갔다.
졸지에 생업을 잃어버린 김씨는 대형트럭을 운전했지만 이마저도 사고로 이어져 1년 넘게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남편이 잇따른 사고로 실의에 빠질 때마다 게이코씨는 웃는 얼굴로 가족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었다.
스스로도 일본어 과외에 나서 생계를 이어가는 등 억척스러움을 보였다. 1999년 비로소 이들에게도 생활에 안정이 찾아왔다. 이리저리 빚을 얻어 닭 6만마리를 키우는 양계사업에 뛰어든 것. 이들 부부는 밤낮없이 닭들을 보살폈다.
하지만 이 행복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다. 2003년 5월 5일 새벽녘 양계장에 불이 나 건물이 모두 타 버린 것. 이날 화재로 2억여원의 빚만 고스란히 남았다. 남편 김씨는 또다시 방황했다. 몇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겼다. 겨울철을 냉방에서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게이코씨는 아이들이 자칫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정성껏 보살피며, 남편 김씨를 설득해 공사판 노동자로 나서도록 했다. 남편 김씨는 "내 인생에서 집사람의 존재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존재"라며 "아직도 어려운 살림살이지만 우리 가정은 항상 웃음이 넘쳐나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들 부부 외에도 '아름다운 가정'에는 팔순 노모와 함께 4대의 가정을 이루고 있는 남선면의 '배경석·김분홍', 다문화 가정으로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녹전면 '조재국·박영애',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95세 조모와 75세 노모를 극진히 봉양하고 있는 길안면 '김상한·김명자' 부부 등 6가정이 선정돼 표창을 받았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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